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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언론은 ‘제4부’… 비판 순기능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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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30 17:34:57 수정 : 2016-12-30 20: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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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4일 오후 6시30분, 세계일보 기자들은 초판 기사를 출입처에서 송고한 뒤 급히 회사로 달려왔다. 검찰이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을 처음 공개한 본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기자들은 이날 긴급 기자총회를 열었다.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취재원 보호를 위해 압수수색에 대비한 24시간 비상 근무조를 편성했다.

그날 밤, 낯선 남성이 굳게 닫힌 철문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의 한 신문사 특파원이었다. 그는 당시 상황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묻고 돌아가며 어눌한 한국어로 “세계일보를 응원하므니다”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본 한국의 상황은 언론 자유의 심대한 침해 그 자체였던 것이다. 결국 기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맞서고 시민사회단체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가세하면서 청와대가 검토한 압수수색은 집행되지 못했다.

조병욱 특별취재팀 기자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제4부’로 불린다. 국민의 눈과 귀가 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 견제하는 소임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역시 언론의 역할,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취지였다. 권력의 장막에 가려진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자행된 비선그룹의 농단은 대통령을 직접 뽑은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안이었다.

보도 이후 박근혜정부의 대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선실세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는커녕 ‘국기 문란’사태로 몰아갔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보도 직후 한 달반 사이 무려 33차례의 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하거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일보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사장에 대해서도 신속히 고소했다. 모기업인 재단에 대한 세무조사나 공공기관을 통한 광고중단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세계일보를 향해 “비선실세를 보도하면 언론사도 골로 갈 것이다. 세무조사, 압수수색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탄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경고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다시 2년이 지난 현재, 비선실세와 부역자들은 낱낱이 발가벗겨져 재판대 앞에 섰다. 그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본보 보도를 ‘실체 없는 허구’ ‘찌라시’로 매도하고 탄압한 데 따른 값비싼 대가인 셈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2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다시금 되새기는 요즘이다.

조병욱 특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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