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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강한 통치자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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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01:13:20 수정 : 2017-01-02 01: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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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후 미국 트럼프 시대 개막 / 일·러 발빠른 외교로 밀월 예고 / 더는 한·미관계 방치해선 안돼 / 채널 구축·외교력 강화 나서야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사회는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나라 밖 상황도 복잡하다. 3주 뒤면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개막한다. 트럼프 시대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등이 구축해 온 기존 동북아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들은 죄다 개성이 강한 통치자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불확실성을 더할 게 분명하다.

여러 정상들 중 우리 외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트럼프는 이란 핵협상 폐기, 동맹관계 재고 등의 의제 설정으로 ‘오바마 외교’를 통째로 부정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재조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우리와 관련된 대선 공약은 취소하지 않은 상태이다. 트럼프가 결국엔 공화당의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협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노선에 미국 여론이 호응할 가능성이 짙다. 동맹인 한국으로서는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은 점점 고약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익 우선주의에 매몰된 아베 정부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는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미·러 양국 정상은 낯선 밀월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의 운신 폭이 좁아질 개연성은 다분하다.

박종현 워싱턴특파원
그나마 이들 국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일본은 트럼프 당선을 예측 못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였지만 즉각 움직였다. 외교 인맥을 총동원해 ‘트럼프·아베 면담’을 성사시켰다. 일본 정부가 임기응변으로 ‘플랜 B’를 가동했다는 평가가 워싱턴 외교가에서 흘러나왔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노출된 베이징 당국은 공화당 외교의 산증인으로 인식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초빙해 트럼프 시대를 연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찬가’를 연발하며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우리 외교는 준비 자체가 미진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주미대사관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선 전에는 그의 잘못된 한국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 “공약이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가하게 답변하던 게 외교 당국이었다. 대선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두세 차례 트럼프 캠프 관계자와 면담했지만, 트럼프와 채널을 직접 구축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정부가 뒤늦게 트럼프 정부와 인맥을 구축하고자 부산을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부 기능 상실에 버금가는 정치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한국 채널 구축이 하등 급할 게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원했던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문제다. 국익 챙기기에 사활을 걸 ‘강한 통치자들의 무대’에 한국 정상은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공백은 미약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이 메워야 할 숙제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있는 외교장관과 대미외교의 첨병 주미대사부터 치열함을 보여야 한다. 정보를 찾고 채널을 구축하고 자료를 비축해야 한다. 민간의 지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철학 부재의 정부 존재보다는 탄핵정국 활용 여하에 따라 기회로 작용할 여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트럼프 부상과 박근혜 몰락’으로 표현되는 한·미 관계를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부의 실패는 있어도 국가의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에서 다수의 예상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올해는 1993년 빌 클린턴 정부와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동시에 등장하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이 성사될 올해의 중요성은 그만큼 각별하다. 정권이 아닌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 외교에 절실한 때이다.

박종현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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