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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택의-우드리스 '필살기' 갖춘 KB, 후반기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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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06:00:00 수정 : 2017-01-02 0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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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부터 9월초까지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일본 전지훈련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아직 V-리그 개막까지 한 달반 여를 남겨두고 있었기에 전력의 100%는 아니었지만, KB손해보험의 올 시즌 청사진은 충분히 희망적이었다. 가운데 약점을 메우기 위해 삼성화재에서 뛰던 베테랑 센터 이선규를 FA로 영입했다. 팀 내 터줏대감인 하현용과 이선규가 지키는 센터진은 여느 팀에 부족할 게 없었다.

트라이아웃 2순위로 입단한 아르투르 우드리스는 2m10이 장신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강타가 돋보였다. 그의 타점을 살려줄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토스만 올려주면 어김없이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꽂았다. 다소 약한 체력과 2단 오픈 능력이 아쉬웠지만, 점점 향상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토종 에이스 김요한과 ‘주전급 백업’ 이강원이 지키는 레프트 한 자리의 공격력도 빼어났다. 올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권영민과 양준식도 제각기 장점을 내세워 투입될 때마다 다른 공격패턴을 구사하며 달라진 KB손해보험을 예고했다. 이선규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로 옮긴 리베로 부용찬의 공백은 베테랑 리베로 곽동혁이 메웠다. 부용찬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건실함에 있어선 곽동혁이 한 수 위라는 평가였다. 수비형 레프트 한 자리만 손현종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을 뿐이었다. 그 역시 2라운드 정도에 복귀가 가능해보였기에 시즌 초반만 버텨준다면 ‘봄배구’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그러나 V-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악재가 KB손해보험을 덮쳤다. 청주-KOVO컵 결승 당시 교체로 투입됐던 손현종이 다시 부상이 재발되어 복귀가 요원해졌다. 이선규와 함께 코트 가운데를 든든히 지켜줄 것으로 기대됐던 하현용은 개막 직전 연습 중에 손가락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져나갔다.

악재 속에 시즌 뚜껑을 열자 주장 권영민의 토스워크는 들쑥날쑥했고, 급기야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김요한도 고질적인 어깨부상으로 코트와 웜업존을 들락날락했고, 손현종의 자리를 메운 황두연의 리시브도 기복이 있었다. 결국 KB손해보험은 5승13패, 승수보다 패수가 무려 8개나 많은 채로 전반기를 마쳐야 했다. 현대캐피탈-한국전력-대한항공의 3강이 굳건한 데다 삼성화재와 우리카드도 중위권에 진을 치고 있어 KB손해보험의 봄배구는 이미 멀어져보였다. 전반기 수확이 있다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사상 최초로 세터로는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황택의의 가능성을 발견한 게 전부였다.

황택의가 드디어 프로 무대와 KB손해보험에 적응을 끝낸 걸까. 그의 토스워크가 춤추기 시작하면서 KB손해보험은 4라운드 첫 두 경기를 연승으로 장식하며 조금씩 희망의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실 황택의의 토스 구질만 보면 팀 공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드리스와는 맞지 않다. 황택의 토스의 장점은 낮고 빠르다는 것,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속공과 파이프 등을 구사할 수 있는 대담성이다. 반면 센터 출신인 우드리스는 낮고 빠른 토스보다는 다소 느려도 붕 띄운 토스에 더 강한 공격을 보였다. 입단 직후엔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던 황택의는 2라운드 초반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고,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우드리스와의 ‘꿀케미’를 가동하는 모양새다.

KB손해보험은 정유년 새해 첫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우드리스는 팀 공격의 46.96%를 책임지면서 무려 66.67%의 공격성공률로 36점을 몰아쳤다. 범실이 11개로 다소 많았지만, 서브범실이 7개였고, 공격범실은 단 4개에 불과했다. 특히 공격 방법 중 가장 성공률이 떨어지는 오픈 공격이 돋보였다. 무려 68.97%(20/29)에 달했다. 황택의가 자신의 토스 스타일대로 공격수를 맞추게 한 것이 아닌, 우드리스가 선호하는 높은 토스를 잘 올려줬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KB손해보험의 리시브 성공률은 34.21%(30/76, 4개 실패)에 불과했다. 이 정도 리시브 성공률이면 승리를 바라기 쉽지 않다. 물론 삼성화재의 리시브도 32.65%(30/86, 2개 실패)로 낮았다. 결국 오픈 공격 능력에서 승부가 갈린 셈인데, 우드리스가 말도 안 되는 오픈 공격 성공률을 보여줬기에 승점 3을 온전히 챙길 수 있었다.

이제 우드리스와 맞기 시작했으니 황택의가 앞으로 주특기인 이선규-이수황, 그리고 코트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하현용을 활용하는 A속공, B속공을 다채롭게 구사하기 시작하면 KB손해보험의 공격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요한과 이강원도 돌아가면서 터져주고 있고, 황두연도 전위에 올라가도 일정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어 황택의가 수싸움 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4라운드 들어 2연승을 달린 KB손해보험은 승점 23(7승13패)으로 4위 삼성화재(승점 29, 8승12패), 5위 우리카드(승점 28, 9승10패)를 추격 가시권에 두게 됐다. 과연 황택의-우드리스로 이어지는 ‘필살기’를 갖추게 된 KB손해보험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후반기 순위 경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물론 전반기의 그림자가 워낙 짙었기에 이를 걷어내기엔 쉽진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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