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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실종된 동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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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4 01:22:03 수정 : 2017-01-04 0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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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가 실종됐다. 그러고 보니 겨울철이면 으레 등장했던 ‘동장군(冬將軍)’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겨울 장군’을 일컫는 동장군의 사전적 의미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원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에서도 1812년 러시아를 침공했던 프랑스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이 한파로 대부분 죽고 일부만 살아 돌아간 데서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겨울이 시작된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6도 오른 3.1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세번째로 높았다. 다음주에는 영하 8도까지 기온이 내려가 겨울이 제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숨만 쉬어도 코털이 얼어붙는’ 동장군의 위세를 느끼긴 어려울 듯싶다.

과거 우리나라 추위는 남극이나 북극만은 못해도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서울만 해도 1927년 12월31일 기온이 영하 23.1도까지 떨어졌다. 경기도 양평은 1961년 1월5일 영하 32.6도로 역대 남한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상에서 가장 추운 마을이라는 러시아 오미야콘에 견주면 ‘새발의 피’다. 시베리아 중앙에 위치한 인구 800명 정도의 이 마을은 1926년 최저기온이 영하 71.2도까지 내려갔다. 물을 뿌리면 땅에 떨어지기 전 공중에서 얼 정도였다고 한다.

따뜻한 날씨 탓에 겨울 축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도 ‘화천산천어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 7일로 계획했던 개막식을 한 주 뒤로 미뤘다. 홍천군은 앞서 홍천강 ‘꽁꽁 축제’를 두 차례 연기했고, 양구에서 열기로 했던 전국 초등학교 스피드스케이트 대회와 강원학생빙상대회 등은 아예 취소됐다. 이상고온으로 아웃도어업계의 겨울철 효자 상품인 패딩점퍼마저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동장군은 바깥 노동으로 먹고사는 일용직이나 노숙인, 연탄 한 장 살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이웃들에겐 저승사자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다. 동장군의 실종은 그렇지만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다. 지구가 진짜 단단히 병난 모양이다.

염호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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