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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1600년 전 신라장수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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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4 21:24:00 수정 : 2017-01-04 2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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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각 신문에는 “신라시대 중장기병의 실체가 확인되었다”라는 뉴스가 1면을 장식했다. 경주 쪽샘지역의 신라시대 무덤에서 장수와 말 갑옷이 풀세트로 발굴(사진)되었던 것이다.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만 알려져 있던 고대 중장기병의 실체가 유물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이다.

경주 쪽샘지역 고분유적은 황남대총과 천마총으로 유명한 대릉원과 공간적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4~6세기대 신라 왕족·귀족들의 집단 무덤군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곳에서 장수와 말의 갑옷이 발굴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발굴된 갑옷은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었다. 2009년 새롭게 발굴된 장수와 말 갑옷은 4500장 이상의 얇은 철편을 사용하여 위·아래 겹치게 엮어 물고기 비늘모양의 형태로 만들었다. 실제 갑옷을 착용했을 때는 활동이 용이했을 것이다.

무덤 속에서 갑옷이 출토된 모습도 범상치 않다. 출토된 말의 갑옷은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무덤 바닥에 말의 목과 가슴을 가리는 부분, 몸통을 가리는 부분, 엉덩이를 가리는 부분을 편평하게 깔아서 마치 말이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다.

말의 몸통가리개 위에 장수의 허벅지를 감싸는 갑옷 두 장을 나란히 놓고 그 위에 시신을 놓았다. 시신의 머리는 말의 엉덩이 가리개 쪽에 놓인다. 특히 시신이 몸을 반쯤 일으키면 마치 말 등에 앉은 형상이 된다. 신라의 중장기병은 죽어서도 말을 타고 그렇게 달렸어야 했던 모양이다. 이 무덤은 출토된 유물을 통해 볼 때 4세기 말~5세기 초로 추정된다.

쪽샘에서 갑옷이 출토되기 직전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했던 드라마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쯤 드라마가 제작되었더라면 주인공은 역사적 고증을 마친 갑옷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발굴현장에서는 과거의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렇게 맞춰진 퍼즐을 통해 오래된 의문과 상상은 답과 사실로 확인되고, 퍼즐은 유구한 역사가 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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