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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굴 쓰지?" 박기원 감독의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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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5 06:00:00 수정 : 2017-01-05 01: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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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남자 프로배구 7개 구단 감독들 중에 스타팅 멤버를 고를 때 가장 고민이 많은 감독이 누굴까? 아마도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부 통틀어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세터 한선수와 라이트 공격수 가스파리니를 뺀 레프트, 센터, 리베로 포지션은 더블 스쿼드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2016~17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대한항공이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도 두터운 선수층 덕분에 안정적인 장기레이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레프트만 봐도 ‘공격형’에는 신영수(35)와 김학민(34), ‘수비형’에는 곽승석(29)과 정지석(22)까지 다른 팀에 가면 열마든지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있다. 공수 밸런스를 위해 신영수-김학민 조합만 보기 힘들뿐, 이 네 선수로 다섯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박기원 감독은 이들 중 누굴 스타팅 멤버로 고민하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선 행복한 고민이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16~17 V-리그 4라운드 맞대결에선 두터운 선수층의 위력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대한항공의 주전 레프트로 선발 출장한 것은 신영수와 곽승석이었다. 지난 3라운드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김학민-정지석 조합이 선발로 나섰으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4일 KB손해보험전 이후로는 신영수-곽승석 조합이 다시 선발로 나서고 있다.
신영수.

신영수는 시즌 초반만 해도 고질적인 허리 부상 탓에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다. 신영수의 컨디션 저하로 김학민이 공격형 레프트 한 자리를 홀로 메우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1983년생인 김학민은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 다섯이 됐다. 체력관리가 필요해졌단 얘기다. 딱 이 시점에 신영수가 허리 부상을 털어내고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드디어 김학민에게 휴식 시간을 부여할 기회가 오게 된 것이다.

시즌 초반 부상과 컨디션 저하가 있었던 정지석을 제치고 ‘수비형 레프트’ 주전 자리를 꿰찼던 곽승석은 정지석의 몸상태가 올라오면서 체력을 비축할 기회를 얻었고, 신영수와 함께 다시 주전으로 나서며 자신의 위력을 선보일 기회를 잡게 됐다.

신영수-곽승석 체제로 3경기째 나선 대한항공은 한국전력과의 ‘승점 6’짜리 맞대결에서 3-0(28-26 25-14 25-21) 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내달린 대한항공은 승점40(14승6패)으로 현대캐피탈(승점 39, 13승7패)과 한국전력(승점 37, 14승6패)을 제치고 두 계단 점프해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신영수는 이날 홀로 블로킹 5개를 잡아내며 서브득점 1개 포함 팀내 최다인 17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55%로 만족스러웠다. 가스파리니가 16점을 올리긴 했지만, 범실 8개에다 공격 성공률도 44%로 좋지 못했지만, 신영수가 맹활약해줬기에 3-0 완승이 가능했다. 리시브가 주 임무인 곽승석은 57.14%(13/21, 1개 실패)의 리시브 성공률을 보이며 알토란 같은 7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곽승석.

한국전력도 레프트 공격수 라인업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팀이다. 바로 공수겸장의 전광인-서재덕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 다른 팀의 한 감독은 “전광인과 서재덕이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은 반칙이다”라고 할 정도로 두 선수의 조합은 공격과 수비 모두 조화가 뛰어나다.

그러나 한국전력에는 두 선수가 흔들릴 때 그 역할을 대신 해줄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날은 팀 리시브의 핵심인 서재덕이 흔들렸다. 서재덕의 이날 리시브 성공률은 37.5%(15/32, 3개 실패)에 불과했다. 이날 한국전력이 받은 전체 리시브(67개)의 절반 가까이를 받은 서재덕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한국전력의 공격 작업도 원활하지 못했다. 패장인 신영철 감독도 “대한항공이 서브가 좋은 팀이기에 이를 버텨내면 우리가 해볼만 한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서)재덕이가 멘탈이 무너진 게 좀 아쉽다”라고 총평을 남길 정도로 서재덕의 이날 모습은 평소와 달리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서재덕이 흔들림에도 대체자가 마땅치 않아 그를 계속 뛰게 해야했던 한국전력과 달리 대한항공은 웜업존에서 대기하던 김학민과 정지석을 교체요원으로 쓸 수 있었다. 박기원 감독은 3세트에 신장이 작은 곽승석이 전위, 리시브가 다소 약한 신영수가 후위로 가는 로테이션 때 곽승석 자리에 김학민, 신영수 자리에 정지석을 넣으며 공격력과 수비력을 유지했다. 두 팀의 선수층 차이를 극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 뒤 박기원 감독은 앞으로 레프트 운영 계획을 살짝 공개했다. 그는 “우선 계획은 신영수를 5라운드 중반까지는 선발로 기용하며 김학민의 체력을 비축할 것이다. 그 이후엔 다시 김학민이 선발로 투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영수와 김학민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봄배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너무 전략을 미리 다 얘기해주는 것 같아 불리한 것 같아”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죠”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3라운드에 3승3패로 다소 주춤하며 5승1패를 기록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에 추월을 허용했던 대한항공. 4라운드 들어 새로운 레프트 조합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대한항공이 페이스를 이어가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 사진 순서 :박기원 감독, 신영수, 곽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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