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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은 불자들의 숭배 대상이 아닌 배우고 실천할 때 그 빛을 발해

입력 : 2017-01-06 03:00:00 수정 : 2017-01-05 11: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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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를 전하는 삼학사원 게쎼 텐진 남카 주지 스님 / 인류는 종교를 넘어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불교문화권 국가에서 한국에 진출한 자국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차림의 복장을 갖춘 스님들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한 티벳불교는 처음부터 티벳불교를 포교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 왔다. 달라이 라마의 권유로 한국에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삼학사원 게쎼 텐진 남카 주지 스님을 통해 티벳불교의 특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언재 출가했는지

부모님이 59년 티벳을 떠나 인도에 정착했고 69년 태어나 8세에 남인도 간댄사원으로 출가했다. 25세까지 5대경(반야, 중관, 논리학, 아비달마, 율장)을 공부하고 2000년 박사 학위 중 최고의 영예로 치는 게쎼 하람빠를 취득해 2002년 간댄사원의 교수로 임명됐다. 티벳불교는 한번 스승과 인연을 맺으면 그 스승을 통해서 계속 공부하는 전통이 있다. 간댄사원에서 인연을 맺은 제자들을 뒤로하고 2004년 티벳불교를 알리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현재 한국에는 약 27명의 티벳인이 있다.

티벳의식으로 조성된 법당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게쎼 텐진 남카 주지 스님
- 삼학사원의 의미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전통시장 인근에 있는 삼학사원은 티벳어로 ‘랍숨섀둡링’인데 달라이 라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랍숨’은 계(戒)·정(定)·혜(慧)의 세 가지 수행을 말한다. ‘섀둡’은 실천, ‘링’은 장소를 의미하며 한국말로 ‘삼학사원’이다. 수행도량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 실천하며 어떻게 도를 닦고 깨달음에 이를 것인가를 공부한다. 매주 금·토·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티벳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원 내에서 중요 행사가 있으면 10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외부의 큰 행사에는 500명에서 800여명 정도의 대중이 참여한다. 

삼학사원의 주지이면서 티벳하우스코리아 대표도 겸하고 있다. 티벳하우스코리아는 티벳의 대사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는 티벳하우스 기능이 잘 운영되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초청 등도 모두 티벳하우스를 통해서 하고 있다.

- 테벳불교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면

테벳에는 5대 종파가 있다. 민족종교인 본교, 닝마파, 사카파, 카규파, 겔룩파 등 5종파가 있다. 그중 달라이 라마가 속한 겔룩파가 제일 크다. 한국에 나와 있는 티벳 스님들은 대부분 겔룩파에 속한 사람들이다. 겔룩파의 본사인 3대사찰은 대붕, 세라, 간덴사원으로 모두 남인도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티벳에는 다수의 중국인이 유입돼 티벳인은 자국내에서도 소수가 되어있으며 인도 망명정부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전 세계 각지에 약 20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  티벳 임시정부의 초기역할은 

망명 초기에 북인도 부탄과의 국경지대에 포로수용소를 제공받아 분교, 불교 4대 종파를 아우르는 사원을 건립했다. 인도정부와 협상해 먼저 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종교재단을 세우려 하자 인도정부가 난색을 표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티벳 임시정부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러나 수천명의 승려가 티벳에서 넘어왔지만 인도정부는 3백명만 승려로 인정하고 나머지 승려들은 승려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간곡한 설득 끝에 1천5백명을 승려로 인정받았다. 그 1천5백명의 승려들은 수천명이 넘는 승려들과의 시험을 통해 선정했다. 인도 정부가 내준 종교시설은 과거 영국정부가 인도를 통치할 때 사용했던 감옥으로 40도를 넘는 고온으로 인해 매일 시체 보는 것이 일이었다. 학교 설립 후 10년이 지난 다음 효과가 나타났다. 이들이 전 세계에 퍼져 티벳불교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학교 설립 10년 후 존자께서는 학교를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승려가 안주하는 것을 싫어했고 새로운 젊은 층의 유입을 막고 있다는 생각에서 학교를 폐쇄했다. 그러자 승려들은 인도 전국으로 나가 텐트를 치고 수백년 묶은 나무를 자르고 뿌리를 캐내며 농지를 만들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초기 개척 법당은 비가림만 가능한 대나무 흙집으로 만들었고 이어 새로운 출가자가 많아짐에 따라 빌딩을 세우는 등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티벳 스님들의 수행과정은

티벳 스님들은 인명학, 반야학, 중관학, 율장, 아비달마 등 5대경을 약 15년간 수학해 3대 사찰 중 각각 자신이 소속한 절에서 시험에 통과하면 이후 6년간 3대 사찰 통합 시험을 거쳐 ‘게쎼 하람파’ 학위를 받는다. 이후 밀교사원에 들어가 밀교공부를 한다. 그리고 스님들은 자기에게 계를 준 스님과 평생의 인연을 맺고 공부를 한다. 

 - 티벳명상의 특징은 

4대 종파 모두 보리심과 공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명상의 방법은 수만가지지만 그 핵심논리는 보리심과 공사상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람림 수행법도 유명하다. 람은 깨닮음의 길을, 림은 순서 즉 깨닮음의 단계를 말한다.

- 티벳 스님들의 특징은

티벳 스님들은 우선 치열하게 공부를 많이 한다. 각 지방마다 존경받는 스님이 많다. 마을에 분쟁이 생겼거나 가족 간의 분쟁도 스님들이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평소 스님들을 존경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20만 티벳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는 게쎼 텐진 남카 스님
-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어떤 분인가

존자님은 새벽 2시에 기상, 5시간 기도와 명상을 수행한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법문을 한다. 불경에 대해 절을 올리고 정성을 들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경을 배우고 실천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실천이 없는 숭배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 분이 서구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부처님 말씀을 소개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가야할 길, 세상을 바르게 사는 길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말씀을 주시기 때문에 서구사회에서 환영받는 것 같다. 그 분은 1만명이 모이는 장소를 마련하면 1만명의 대중이 운집하고 5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집회 장소를 마련하면 5천명이 모인다. 존자께서는 일본을 36차례 방문했지만 한국은 한 번도 오지 못했다.

- 달라이 라마가 하는 일은

그 분은 법문할 때 종교를 뛰어 넘어서 설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요즘 강조하는 것은 종교를 넘어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자비법문과 생활법문을 한다. 다른 종교전통을 가진 사람들과도 격의 없는 만남을 가진다. 교황, 대주교, 기독교 지도자, 무슬림 지도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인구 문제, 지구온난화, 전쟁과 테러, 환경파괴,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실천을 통해 사람을 감화시킨다. 승려들에게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그리고 또 공부해라”고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특히 존자님은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중요시 한다. 처음 존자님께서 과학자들을 만나자고 했을 때, 과학자들은 “왜 종교인이 전혀 별개인 영역에 속한 과학자들을 만나려 하는가?”라며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 두 사람 존자님과 대화가 시작되자 과학자들이 존자님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종교와 과학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분야로 본 것이다. 존자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를 “과학자들이 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지 아는가?” 자문하면서 “내 말에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티벳불교와 한국과의 인연은

1959년 달라이 라마가 티벳을 탈출해 인도로 갈 때, 가지고 온 것이 팔만대장경 두 질이다. 당시 티벳 포탈라궁의 금고에는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려면 당연히 금을 가지고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는 대장경 두 질을 가지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었다. 그렇게 귀히 모셔온 대장경 중 한 질을 70년대 한국에 주셨다. 이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 티벳대장경역경원이 마련됐고 2010년부터 연구초빙교수로 역경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한국불교와 다른 점은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은 거의 같다. 그러나 의식과 의복 등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티벳 스님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시작으로 역대 달라이 라마가 말씀하신 것까지 수만가지를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티벳에서는 출가할 때,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지만 한국에서 출가할 때는 부모가 반대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육식을 금하지만 티벳 스님은 육식도 한다. 티벳 고원에는 육식을 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근래에는 존자님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강조하시기 때문에 육식을 안 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
 
게쎼 텐진 남카 주지 스님은 간댄사원으로 출가해 12세부터 34세까지 5대경을 수학하고 강의를 했다. 2000년 불교학 학위 중 최고의 지위인 ‘게쎼 하람빠’를 받았으며 2001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1년 동안 밀교를 수학하며 현교를 강의했다. 2002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게쎼 하람빠 스님들과 치른 게쎼 최종 시험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겔룩빠 본산인 간댄사원의 교수로 임명됐다. 2004년 한국에 입국, 티벳불교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오한 중도의 새로운 문을 여는 지혜의 등불’, ‘티벳의 태양’ 등 티벳불교를 소개하는 저서가 다수 있다.

정영찬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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