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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5 신인 드래프트에서 쌍둥이 동생 이다영을 제치고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으며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재영은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신인 때만 해도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다소 아쉬웠다. 상대의 목적타 세례에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리듬까지 덩달아 흔들렸다. 이제는 리시브가 흔들려도 일정 이상의 공격력을 유지하며 기복도 줄어들었다.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기량 외에도 귀염성 있는 외모와 희노애락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으로 ‘표정 부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팬들을 매료시켰고, 어느덧 V-리그 최고 인기스타로 자리잡았다. 인기의 바로미터인 올스타전 팬 투표가 그 예다. 신인 때부터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참가하긴 했지만, 여자부 득표 1위는 양효진(현대건설)에게 빼앗겼던 이재영은 올 시즌 올스타전 팬투표에서는 6만4382표를 얻어 양효진(6만1961표)을 2위로 밀어냈다. 남자부를 통틀어도 최다 득표일 정도로 입단 3년차 만에 이재영은 최고 인기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이재영은 “사실 그동안 ‘언제 효진 언니를 한 번 이겨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1등이 돼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쌍둥이 동생인 이다영에게 연락이 왔냐고 묻자 “연락 없던데요”라고 말하며 또 다시 웃었다. 혹시 본인도 직접 팬 투표에 참여해 자신에게 표를 던진 것 아니냐고 묻자 “그건 노 코멘트할께요”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재영에게 이번 현대건설전 승리는 큰 의미가 있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6일 열린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세 세트 모두 20점에도 미치지 못하며 충격의 0-3 완패를 당했기 때문. 당시 패배를 설욕하려는 듯 이재영은 보란 듯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특유의 강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0점을 몰아친 러브(공격 성공률 52.83%)에 비해 득점(15점)도 적고, 공격 성공률(38.88%)도 다소 낮았지만, ‘해결사 본능’이 빛났다. 3-0 완승의 밑거름이 된 2세트 23-23 동점 상황에서 오픈 강타를 성공시켰다. 21-23으로 뒤지던 2세트를 이재영의 득점으로 역전시킨 흥국생명은 이어진 상황에서 러브가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따냈다.
이재영의 트레이드마크는 타점과 폭발력을 동시에 겸비한 공격이지만, 수비력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세트당 4.000개(54세트, 228/477, 12개 실패)의 리시브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단순히 많이 받아서 수치가 높은 것도 아니다. 리시브 부문 2위 에밀리(현대건설, 세트당 3.328개)와 3위 리쉘(IBK기업은행, 3.274개)이 받은 전체 리시브가 각각 538개, 521개로 이재영보다 더 많다. 그만큼 리시브 정확도도 올라왔다는 얘기다. 이재영은 수비 기록에 대해 “기록이나 성공률 등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제가 해야 할 역할만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록은 따라올 것이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영이 입단했던 2014~15시즌에 4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3위에 오르며 2010~11시즌 이후 다섯 시즌 만에 ‘봄배구’를 경험했다. 현대건설전 승리를 통해 3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승점 35(12승4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 IBK기업은행(승점 32, 10승7패), 3위 현대건설(승점 29, 10승7패)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기에 승점 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흥국생명이 지금 이대로 성적을 유지한다면 이재영은 입단 3년차만에 정규리그 MVP에도 오를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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