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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칠레 프리미엄 와인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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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5 22:42:04 수정 : 2017-01-05 2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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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1세대 와이너리 쿠지노 마쿨 W 더블 유

 

쿠지노 마쿨 W 더블 유
필록세라(phylloxera)는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해충입니다. 포도나무 뿌리의 진액을 빨아먹고 사는데 결국 뿌리를 병들게 해 포도나무를 죽게하지요. 1860년대 필록세라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와 순식간에 번지면서 유럽 포도밭의 70%이상이 초토화되고 맙니다. 유럽의 와이너리들은 필록세라에 면역성이 있는 미국 포도나무 뿌리를 접목해서 겨우 포도밭을 재건할 수 있었답니다.

이런 필록세라의 쓰나미를 피해간 곳이 바로 칠레입니다. 칠레 와인 생산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칠레를 차지한 스페인 정복자들과 선교자들이 유럽산 포도 품종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를 들여오면서 칠레 와인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1554년 디에고 데 까세레스(Diego de Caceres)가 칠레 센트럴 밸리에 세운 와이너리가 최초입니다. 하지만 당시 칠레 와인은 스페인 선교사의 성찬용으로 양조됐는데 수준은 많이 떨어졌다고 하네요.

이런 칠레 와인이 품질이 본격적으로 향상된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뒤 칠레의 부유층이 유럽에 여행갔다 프랑스 포도 묘목과 양조자들을 함께 들여와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콘차이토로(Concha y Toro), 에라주리즈(Errazuriz), 카르멘(Carmen) 등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이 이때 세워졌고 칠레 와인산업의 황금기가 시작됩니다.
쿠지노 마쿨 포도밭 전경 출처 홈페이지

중요한 점은 칠레 와인의 선구자들이 필록세라가 번지기 전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의 프랑스 포도 품종을 대거 수입해 재배했다는 사실입니다. 칠레는 접붙이기를 하지 않은 원래의 가장 순수한 프랑스 포도 품종을 지금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와인 생산국인셈입니다. 칠레는 또 프랑스에서는 점점 찾기 힘든  보기 힘들어진 카르미네르 품종을 생산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칠레는 지역적으로 매우 독특합니다. 길이 4300㎞, 평균 넓이 177㎞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날씬하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때문에 기후와 자연환경이 매우 다양하답니다. 북쪽은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으로 불리는 아타카마 사막, 동쪽은 험준한 안데스 산맥, 남쪽은 파타고니아 빙하 지대, 서쪽은 태평양 및 코스탈 산맥 등 천혜의 자연 장벽으로 둘러싸여 토양과 작물을 병충해에서 잘 보호합니다. 특히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오염되지 않은 토양 덕분에 최고급 품질의 포도가 생산됩니다. 

지중해성 기후도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여름에 낮은 뜨겁고 건조하지만 밤에는 남극 부근의 얼음같이 차가운 해류때문에 서늘한 바람이 내륙으로 불어 기온을 식혀주지요. 낮에 충분한 일조량을 받으면서도 긴 시간동안 서서히 포도가 익기 때문에 색이 진하고 당도가 풍부한 포도가 탄생된답니다.
칠레 프리미엄 와인들

이런 천혜의 환경때문에 칠레에는 고품질의 와인들이 많이 생산됩니다. 편하고 쉽게 마시기 좋은 저가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칠레 와인은 최근 수십년간 대규모의 투자와 연구가 이뤄졌고 1990년대부터는 대다수의 와이너리에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칠레만의 유니크한 떼루아를 그대로 담아 전세계의 다른 프리미엄 와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칠레 와인은 1998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지요.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전 한국시장 와인 점유율은 3%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수입 물량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25%에 달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칠레 와인이 ‘저품질의 값싼’ 와인으로 여겨지는데 그동안 저가 위주의 와인들이 많이 수입된 탓입니다.
 
칠레 프리미엄 테이스팅 현장 소펙사 코리아 제공

칠레와인협회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입니다. 협회는 국내의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협업해 ‘칠레 프리미엄 와인 온트레이드(On Trade)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 8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대상 와인은 벤티스꾸에로 얄리 프리미엄 리미티트 에디션 메를로 2011(Ventisquero, Yali Premium Limited Edition Merlot 2011), 콘차이 토로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까르므네르 2014(Concha y Toro, Marques de Casa Concha Carmenere 2014), 오드펠 오자다 까베르네 소비뇽 2013(Odfjell, Orzada Cabernet Sauvignon 2013), 발디비에소 까발로 로꼬 No.16(Valdivieso, Caballo Loco No.16), 에밀리아나 꼬얌 2012(Emiliana, Coyam 2012), 쿠지노 마쿨 더블 유 2014(Cousino Macul, Double U 2014), 몬테스 퍼플 앤젤 까르미네르 2012(Montes, Purple Angel Carmenere 2013), 산 페드로 데 따라빠까 알따이르 2011(San Pedro de Tarapaca, Altair 2011) 입니다.
테이스팅을 진행하는 김용희 한국소믈리에협회장 소펙사 코리아 제공

최근 소펙사 코리아 주관으로 훌리오 알론소(Julio Alonso) 칠레와인협회 아시아 디렉터와 빠뜨리씨오 빠라게스 (Patricio Parraguez) 칠레무역진흥청(Prochile) 농무관이 참석해 세계 4위의 와인 수출국인 칠레와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 8종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와인 테이스팅은 특별 연사로 초빙된 김용희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이 진행했습니다. 
쿠지노 마쿨

이중 1856년에 설립된 쿠지노 마쿨(Cousino Macul)은 콘차이 토로, 에라주리즈, 카르멘 등과 함게 칠레 와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국보급 1세대 와이너리입니다. 많은 칠레 와이너리들이 해외 자본을 끌어와 대규모로 상업적인 와인을 생산하지만 쿠지노 마쿨은 가족 경영을 고집하며 고품질 와인을 한정 생산하고 있답니다. 쿠지노 마쿨이 설립 160년을 맞아 내놓은 프리미엄 레드 와인이  W: 더블 유입니다. 쿠지노 마쿨 포도밭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는 뷰인 에스테이트의 포도로 만든 싱글 빈야드 와인입니다. 자두, 블랙베리 등의 깊고 진한 풍부한 과실향과 부드럽고 긴 피니쉬가 인상적이랍니다. 타바코와 스파이스함도 느낄 수 있고 과일향과 프렌치 오크 향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룹니다. 
쿠지노 마쿨 W 더블 유.

W는 ‘당신의 가치를 두 배로 높여줄 와인(Double you) ’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군요. 때문에 연말연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은 이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와인이랍니다. 특히 이 와인은 프랑스 특등급으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 14년동안 활약하며 명작 오퍼스 원과 알마비바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파스칼 마티(Pascal Marty)가 자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결해 만든 와인이랍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50%는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나머지는 사용한 프렌치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시킵니다.
 
쿠지노 마쿨 아이콘 와인 로타

쿠지노 마쿨은 잉카어로 ‘오른팔’을 뜻합니다. 칠레 비오비오 주의 로타(Lota)를 칠레 주요 탄광업 지역으로 발전시킨 마티아스 쿠지노가 1856년 산티아고 남동쪽에 1000㏊의 땅을 구입하면서 쿠지노 마쿨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쿠지노 패밀리는 탄광업뿐 아니라 철도 산업 등 칠레의 다양한 기반 산업을 구축해 칠레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로타 지역 도로의 이름에도 ‘쿠지노’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2004년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때 칠레 대통령이 각국의 정상들에게 쿠지노 마쿨의 아이콘 와인 로타를 칠레 발전의 상징적인 의미로 선물했을 정도로 쿠지노 마쿨은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너리랍니다. 로타는 까베르네 소비뇽 85%, 메를로 15%가 블렌딩 됐습니다. 와인메이커 파스칼 마티가 빚은 이 와인은 2003년 첫 빈티지입니다. 특히 2010 빈티지는 칠레 최고의 와인 가이드북 데스코르챠도스(Descorchados)에서 97점을 받았는데 이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대표하는 알마비바, 세냐와 동일한 점수로 칠레 톱 레드 와인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쿠지노 마쿨을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린 최초의 칠레 와이너리’로 평가했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휴 존슨은 ‘칠레와인 업계 대표주자이며 칠레에 와인 산업을 처음 정착시킨 선구자’로 거론했습니다. 로버트 파커는 쿠지노 마쿨의 리저브급 와인에 단 한차례도 90점 이하의 점수를 주지 않을 정도로 쿠지노 마쿨 와인의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쿠지노 마쿨 뷰인 에스테이트 전경 출처 홈페이지
쿠지노 마쿨은 칠레 마이포 밸리에 마쿨 에스테이트(Macul Estate), 뷰인 에스테이트 등 2개의 빈야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산티아고의 남동쪽에 위치한 마쿨 에스테이트는 쿠지노 마쿨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1870년 프랑스에서 묘목을 들여올 때 프랑스 유명 건축가들을 함께 데려 와 벽돌과 석회석으로 와이너리를 지었습니다. 특히 지하 7m 길이의 셀러는 당시 건축 기술을 뛰어넘는 19세기 칠레의 역사적인 건출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매년 2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셀러와 와이너리를 감상하기 위해 마쿨 에스테이트를 방문한다는 군요.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80년 이상으로 쿠지노 마쿨의 아이콘 와인 ‘로타’를 양조하는데 쓰이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대부분 이곳에서 재배됩니다.

뷰인 에스테이트(Buin Estate) 1994년 지어진 최첨단 시설을 갖춘 와이너리입니다. 균형감있는 포도 생산에 적합한 떼루아를 갖춘 마이포 지역 내에서도 손꼽히는 알토-마이포(Alto-Maipo)에 있습니다. 새 빈야드를 구축하기 위한 3년동안의 프로젝트를 거쳤는데 토양의 성질, 기후, 안데스에서 받는 영향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와이너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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