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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의 굳은 각오 "좋은 팀 성적 없이는 FA는 '자유방출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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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6 07:11:35 수정 : 2017-01-06 07: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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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오면 힘든 팀 상황을 구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삼성화재 팬들은. 그러나 그는 예수나 무함마드급의 구세주는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아무리 특급 선수라 해도 2년 간의 공백을 곧바로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 프로배구 ‘명가’ 삼성화재의 토종 주포 박철우 얘기다.

박철우는 지난해 11월26일 소집해제 명령을 받고 팀에 합류했다. 그가 복귀하기 전까지 삼성화재는 5승6패에 그치며 중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토종 공격수 중에 공격력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는 거뜬히 드는 박철우기에 그가 돌아오면 타이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삼성화재의 공격패턴도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5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 전까지 치른 9경기에서 삼성화재는 3승6패에 머물렀다. 오히려 그가 돌아오기 전보다 더 부진한 성적이었다. 그나마 3승 중 1승은 박철우가 독감에 걸려 결장했던 지난달 28일 현대캐피탈전(3-1 승)이었다. 박철우가 뛴 8경기에서의 성적은 2승6패, 승률은 33%에 불과했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을 3-1로 기분 좋게 이긴 삼성화재는 새해 첫 날 KB손해보험에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어느덧 승패마진 -4. 5일 OK저축은행에까지 패한다면 삼성화재만이 이어오고 있는 2005년 프로출범 후 ‘봄배구’ 개근이 한 발 더 멀어질 수 있었다. 경기 전 임도헌 감독은 “오늘은 정말 중요한 경기다. 선수들에게 기본에 충실하자고 했다”며 말을 아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삼성화재의 잠자고 있던 ‘강팀 DNA’가 발동했다. 임 감독 말대로 기본기에 충실했다. 리베로 부용찬은 무려 72%(19/25, 1개 실패)의 리시브 성공률을 보이며 팀 공격의 밑그림을 잘 그렸다. 팀 전체 리시브 성공률이 59.18%(31/49, 2개 실패)까지 올라오면서 유광우가 전매특허인 안정적이고 정확한 토스를 올릴 수 있었다. 리시브가 예쁘게 잘 올라오자 OK저축은행의 블로커들은 속공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유광우는 이를 역이용해 타이스에게 ‘원 블로킹’ 상황을 만들어줬다. 타이스는 이를 77.14%의 공격 성공률로 세 세트만에 30득점을 몰아치며 OK저축은행 코트를 맹폭했다.

토종 주포 박철우도 블로킹 2개 포함 11점(공격 성공률 47.36%)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 쌍포가 제 몫을 해준 덕에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을 3-0(25-21 25-20 25-20)으로 누르고 새해 첫 날 KB손해보험에 당한 충격패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32(9승12패)가 된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승점 31, 10승10패)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12월10일 대한항공전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출전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박철우는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팀 복귀 후 9경기를 소화한 현재의 몸상태와 컨디션에 대해 묻자 “군대 가기 전에 있던 부상이 있어 점프가 아직 완전치는 않은 상황이다. 운동선수 치고 몸상태 100%로 뛰는 선수가 누가 있을까. 진통제를 먹어가며 시합하고 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본인의 복귀 뒤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부담이 되거나 그렇진 않았냐고 묻자 “아무래도 제가 팀에 복귀하고 4연패를 당하기도 해서 본의 아니게 제가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 “결론은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경기만 열심히 하자고 마음 먹었다. 매순간순간 몰입해서 후배들을 이끌자고 생각했다. 고참으로써 후배들을 이끄는 데 부담이 없을 순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독감으로 결장했던 현대캐피탈전 승리를 보며 팀 승리는 기쁘지만,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연패를 탈출해 아쉽고 그렇진 않았을까. 박철우는 “당시 몸상태가 너무 좋았고, 전날 연습 때도 자신 있었는데, 출장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내가 빠졌는데 이겼네’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우리 팀은 1승이 목마른 상태다. 그래서 그런 부담감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고희진(現 삼성화재 코치), 이선규(KB손해보험) 등 고참급이 있어 중간급이었던 박철우는 소집해제 이후 팀에 복귀하자 주전 선수 중 유광우와 더불어 최선참이 됐다. 그는 “처음엔 새로운 선수들이 많고 아직 유대감이 적어 힘들긴 했는데, 점점 팀워크가 좋아지고 있고, 정도 들고 있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예선 선배들은 어떻게 했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광우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삼성화재 선수단에는 ‘왕조’ 시절을 지나온 선수가 몇 없다. 혹자는 삼성화재만이 가지고 있던, 승부처에서는 반드시 이겨내고, 5세트는 필승을 거뒀던 아우라가 사라졌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철우의 해답은 간단했다. 더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고, 세리머니를 더 크게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코트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이날 쉰 목소리도 워낙 파이팅을 외치느라 쉬었단다. 박철우는 “(유)광우와 얘기를 나누다 다다른 결론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악쓰면서 목쉬게 뛰자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파이팅하라고 하면서 내 목이 쉬어있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매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왼손잡이 라이트인 김명진에게 해준 조언도 들려줬다. 그는 “명진이도 좋은 공격수기 때문에 기술적인 얘기보다는 ‘라이트는 자신감이다. 셧아웃이 되더라도 강타를 때려줘야 한다’ 등의 멘탈적인 부분을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네가 안 되면 내가 있고, 내가 안 되면 네가 있다’ 이런 말로 같은 라이트끼리 시즌을 치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박철우는 세 번째 FA 자격을 행사한다. 고교 졸업 후 실업무대로 직행한 덕에 프로 원년부터 뛴 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박철우는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기 중에 개인 기록에 대한 생각, 예를 들어 ‘몇 개 때렸지? 몇 개 성공했지?’ 등등의 생각이 들면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그저 경기에 몰입하려고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광우도 FA 자격을 얻는다. 광우와 얘기를 나누다 우스갯소리로 ‘FA도 팀 성적이 좋아야 자유계약선수지,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유방출선수’다’라는 말도 하기도 했다. 지금 팀 성적이 어렵기에 팀을 위해서만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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