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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기간제 교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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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9 00:51:19 수정 : 2017-01-09 00: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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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늘 밝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기간제 교사로서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다.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간 병가를 내고 휴직 중이던 정규직 교사가 예정보다 빨리 복직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마지막 수업’은 해마다 방학을 앞두고 기간제 교사가 있는 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의 다른 기간제 교사도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계약했으나 석 달 앞두고 해직 통보를 받았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질까. 시·도 교육청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따르면 정규직 교사가 조기 복귀하면 기간제 교사는 계약 만료 시점과 관계없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학교는 정규직 교사가 복귀하기 30일 전에 기간제 교사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만 하면 된다.

경기도의 이 기간제 교사는 “일부 정규직 교사들이 방학에는 수업 등 업무 부담이 적어 일찍 복직을 신청하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이 밀려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재계약을 염두에 둬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특성상 억울해도 표현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교사가 휴직이나 출산휴가, 해외연수를 떠난 자리를 단기로 계약해 ‘잘 보인 뒤’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을’(乙)의 위치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행히도 전주의 기간제 교사는 2월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그와 정이 든 제자들이 전북교육청을 찾아가 “졸업식까지 같이하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선생님이 그만둬야 하느냐”고 읍소한 것이다. 이들의 ‘기습 방문’에 놀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아이들이 상처를 입으면 되겠느냐”며 방안을 찾게 했다. 학교 측은 복직하려던 정규직 교사에게 사정을 전하며 복직을 두 달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교사는 흔쾌히 수용했다.

전국 기간제 교사는 현재 4만명이 넘는다. 전체 교사 10명 중 1명 꼴이다. 교육당국은 교단의 ‘을’인 기간제 교사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관행으로 사제 간의 정이 멍드는 것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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