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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小窓多明] 삶의 진정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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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9 21:37:37 수정 : 2017-01-09 21: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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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의 탐욕에 빠진 세태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 못 봐
자기영달만 좇다간 결국 비참
마음이 풍족한 삶이 진짜 행복
14세기 일본을 살던 요시다 겐코(吉田兼好)라는 사람이 눈이 매우 아름답게 쌓인 날, 어느 분에게 편지를 써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눈에 대해 한마디도 쓰지 않았더니 편지를 받은 사람이 답장을 보내면서 “오늘 아침 이 아름다운 눈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한마디의 말도 쓰지 않는 그러한 비뚤어진 분이 부탁하시는 일을 어찌 들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하고 딱하신 마음씨이십니다”라고 해 부끄러웠으면서도 이런 마음을 발견하고 즐거워했다고 그의 수필집 ‘도연초(徒然草)’에 써놓았다. 그는 “명예와 이익을 좇아서 조용한 여가도 없이 평생을 고뇌 속에 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재산은 해(害)를 만들며 고뇌를 만드는 주범이다. 죽은 뒤에 황금으로 북두칠성을 만들고 달만큼 재산이 있다 해도 그것은 남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조선조 중후기의 대문장가 계곡 장유는 시를 잘 쓰면서도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사람들의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대체로 어떤 사람의 신분이 얼마나 귀하고 천하며, 생활형편이 얼마나 풍족하고 궁핍하냐에 따라 사람들은 함부로 영달과 빈궁의 평가를 내리곤 하지만,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명성과 더러운 이름이 후세에 드리워지느냐를 살펴보아야만 하늘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빈궁하게 했는지 영달하게 했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람 세상에서는 뜻을 얻지 못했어도 하늘의 뜻과 합치되고 세상의 인정은 못 받았어도 하늘의 참된 평가를 받은 자, 그런 자야말로 내가 말하는 달자(達者·영달한 사람)라고 할 것이다”라고 써놓았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데 결코 이를 초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것은 “날개가 없는데도 날아다니며 발이 없는데도 걸어다닌다. 위태로운 것을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죽은 것을 살릴 수 있으며, 귀한 것을 천하게 할 수 있고 살아 있는 것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현대인들이 신으로 모시는 돈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넘어서 삶의 성공의 기준이 돼 있다.

엽전이라고 흔히 부르는 옛날 돈은 생김새가 겉은 둥글고 속 구멍은 모나게 뚫려 있어 이를 공방(孔方)이라고도 불렀다. “공방은 권세 있고 귀한 사람을 몹시 재치 있게 잘 섬겼다. 그들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자기도 권세를 부리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등에 업고 벼슬을 팔아, 승진시키고 갈아치우는 것마저도 모두 그의 손에 매이게 됐다. 이렇게 되니, 한다 하는 고관대작들까지도 모두들 절개를 굽혀 섬기게 됐다”고 고려 의종 때의 문인 임춘은 ‘공방전(孔方傳)’에서 돈의 힘을 묘사했다.

돈은 살아 있는 것을 죽일 수도, 죽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하니 돈이야말로 진정 이 시대의 신이라 할 것이다. 그 신을 좇아서 현대인들은 죽을 둥 살 둥 맹목적으로 달려간다. 지난 한 해도 그렇게 달린 한 해가 아니었을까. 정신없이 달려만 가다가 어느 날 돌아보니 우리네 삶이 다 지나갔더라는 탄식을 듣는다. 돈과 권력을 탐하다가 개인뿐만 아니라 본인의 자녀까지도 함께 망신을 당해 자손의 미래까지도 망치는 사례를 유독 지난해에 많이도 보았다. 모두 돈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데 따른 참혹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 옛 문인들은 시를 읊고 쓰는 것을 즐겼고, 선비들은 정당한 부가 아니면 취하지를 않고 차라리 가난을 즐겼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이런 전통이 있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돈을 모으는 사람 등 현세의 부귀나 영달만을 추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이외에 일편단심으로 마음의 세계를 존중하는 이들이 있었다. 일본에는 현세에서 생존은 가능한 한 간소하게 살지만 마음은 풍아(風雅)의 세계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을 참된 인간의 가장 고결한 삶의 방식으로 여기는 문화적 전통이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자랑할 만한 일본의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나카노 고지(中野孝次)는 그의 책 ‘청빈(淸貧)의 사상(思想)’에서 밝혔다.

눈(雪)이 아주 멋지게 내리는 날, 그 눈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心), 그것을 볼 수 있는 눈(眼)이 없는 사람들은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침에 지저귀는 작은 새의 소리와 함께 그 새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은 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볼 수 있다는 데서 진정으로 마음이 풍족한 사람들일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담담하여 족한 것을 알면 세상의 재물을 구하여 어디에 쓸 것인가. 청풍명월에는 돈이 들지 않으며, 대나무 울타리 초가에는 돈 쓸 일이 없다. 책을 읽고 도를 이야기하는 데 무슨 돈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는 돈이 모자랄 수 있다.” 중국 명나라의 학자 정선(鄭瑄)이 말한 것처럼 재물은 어려운 세상의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에 그 효용이 있는 것이다. 자기 일신만을 위하는 것이 되면 맹목적으로 광분하고 무리를 범하게 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부질없는 돈 욕심, 공권력의 지나친 사유화 등은 결국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배웠다. 돈을 떠나서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진정으로 영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니, 새해는 그것을 목표하고 실천하는 해가 되는 것이 어떠한가.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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