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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투명인간 된 박근혜 참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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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9 21:40:59 수정 : 2017-01-09 21: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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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수없이 많다. 하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의 원작소설에서 파생된 다양한 버전의 소설과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동화에 이르기까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보이지 않는’ 매력적인 힘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웰스는 1897년 피어슨즈 위클리(Pearson’s Weekly)라는 잡지에 두 달 동안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무소불위의 힘을 추구했던 한 천재 과학자는 무서운 집념으로 그 힘을 얻게 됐지만 오히려 고립과 배신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성석제의 장편소설 ‘투명인간’은 어려운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서민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했지만 끝내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채 투명인간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을 통해 1980년대 격동의 한국 사회를 조명했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엥코 티블’을 수상한 ‘진짜 투명인간’이란 소설에선 투명인간처럼 시각장애인을 돕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 속 투명인간은 때로는 선인으로, 때로는 악인으로 그리고 한없이 약한 서민으로도 묘사된다. 이처럼 다양한 투명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철학적 성찰의 의미도 담고 있어서다.

1월의 청와대는 인적이 끊긴 겨울 산사(山寺)처럼 적막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관저 칩거에 들어간 이후 청와대 참모들도 탄핵 사태의 그림자 속에 가려졌다. 비서는 입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입’은 물론이고 ‘존재’마저 사라진 투명인간이 됐다.

최근 사석에서 한 청와대 참모를 만났다.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는 “정책 파트는 권한대행도 보좌해야 하고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식사시간 중 두세 차례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식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권한대행 측과의 업무보고 일정조율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온전히 다음 정권에 넘기는 일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수석실은 어렵게 태동시킨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벤처기업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문에 1단 기사도 실리지 못했지만 김관진 안보실장은 9일 방미했고,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최근 두 차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며 청와대 시계는 멈췄지만 그들은 쉬지 않았다. 그들은 그러나 더 움직여야 한다. 명예로운 정권 이양과 퇴진은 이미 멀어졌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경제와 외교 현안, 성장 동력 확보 문제에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굳이 ‘유종의 미’라는 말을 거론하진 않더라도 박근혜정부가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분노에 들끓는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는 그들만의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어서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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