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당이 3당 합당을 거쳐 민주자유당으로 이름을 바꿀 때만 해도 봐줄 만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장 자유주의를 추구한다는 방향성이 충분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뒤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상해졌다. 여당이 나라 이름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아프리카 같은 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한나라당은 당나라당이냐는 비아냥을 받았는데 그래도 15년을 굳건히 지켰다. ‘새 세상’을 만들자는 종교적 색을 덧칠한 새누리당은 최악이었다. 아마 간 큰 여자 최순실씨가 우주의 기를 모으는 데 최고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했는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정부 때 여당은 개그콘서트처럼 코믹하게 열린우리당으로 작명하고는 ‘우리당’으로 불러 달라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한국의 정당사에서 당명은 그놈이 그놈, 유유상종, 도긴개긴이다. 당명은 정치적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보수당, 일본의 자민당 등 유수의 정당들이 다 그렇다. 당의 이름을 통해 기치를 구체화하고 자신의 노선, 지지자 영역을 분명히 한다.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계당이 이름을 바른정당으로 정했다. 당의 노선을 보수주의로 분명히 하고 그래서 보수당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 같더니만 슬그머니 정체불명의 이름에 올라탔다. 1970년대 바른생활이라는 도덕책이 생각난다. 당명에서 추구하는 무엇과 대변하는 누구가 없다. 중도 포용의 의미 운운하지만 백 마디를 갖다 붙여도 정체성과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허경영당처럼 엽기적이기라도 하면 웃음이라도 주련만. 결국 대선정국에 누군가의 등에 올라타기 위한, 일회성 정당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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