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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대 총선에 깃발을 올린 정당은 대부분 사라졌다. 지나가는 바람처럼 혹은 일회용 기저귀처럼. 그때 한 번 쓰고 버리기에 딱 좋은 이름의 정당이 적지 않았다. ‘개혁친허연대’는 괴짜 대선주자였던 허경영씨를 추종하고,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평화통일당’ ‘친반연대’ ‘친반통일당’은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후광에 기댄 정당이었다. 물론 거지당, 흙수저당, 폐지당 같은 정책 지향적이면서도 자학적 이름의 정당도 수두룩했지만.

민주정의당이 3당 합당을 거쳐 민주자유당으로 이름을 바꿀 때만 해도 봐줄 만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장 자유주의를 추구한다는 방향성이 충분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뒤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상해졌다. 여당이 나라 이름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아프리카 같은 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한나라당은 당나라당이냐는 비아냥을 받았는데 그래도 15년을 굳건히 지켰다. ‘새 세상’을 만들자는 종교적 색을 덧칠한 새누리당은 최악이었다. 아마 간 큰 여자 최순실씨가 우주의 기를 모으는 데 최고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했는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정부 때 여당은 개그콘서트처럼 코믹하게 열린우리당으로 작명하고는 ‘우리당’으로 불러 달라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한국의 정당사에서 당명은 그놈이 그놈, 유유상종, 도긴개긴이다. 당명은 정치적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보수당, 일본의 자민당 등 유수의 정당들이 다 그렇다. 당의 이름을 통해 기치를 구체화하고 자신의 노선, 지지자 영역을 분명히 한다.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계당이 이름을 바른정당으로 정했다. 당의 노선을 보수주의로 분명히 하고 그래서 보수당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 같더니만 슬그머니 정체불명의 이름에 올라탔다. 1970년대 바른생활이라는 도덕책이 생각난다. 당명에서 추구하는 무엇과 대변하는 누구가 없다. 중도 포용의 의미 운운하지만 백 마디를 갖다 붙여도 정체성과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허경영당처럼 엽기적이기라도 하면 웃음이라도 주련만. 결국 대선정국에 누군가의 등에 올라타기 위한, 일회성 정당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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