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반트럼프 풍조’가 거세다. 남자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트럼프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 당선을 가리켜 ‘미국 건국 240년 만의 대재앙’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미국 밖에서도 ‘지구촌 재앙’이라는 평가가 많다. 세계의 슈퍼파워 미국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건재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1조.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2011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한국은 6년째 ‘부분적 언론자유국’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 언론 상대 명예훼손 소송 남발 등이 언론자유 점수를 깎아 먹었다.
그렇다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2조는? 정부 주도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이 한국 권력의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건전 가요’와 ‘대한늬우스’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정작 걱정되는 것은 블랙리스트 소동 이후다. 자기검열이다. ‘반정부 인사’ 스트리프는 트럼프가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봐 그랬는지 쐐기를 박았다. “무례는 또 다른 무례를 낳고 폭력은 또다시 폭력을 부른다. 권력자가 자신의 힘을 다른 이를 괴롭히는 데 사용하면 우리는 모두 패배한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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