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까지 남자부 순위를 살펴보면 현대캐피탈이 승점 41(14승7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대한항공이 승점 40(14승7패)으로 간발의 차로 2위를 지키고 있다. 두 팀보다 1승이 더 많은 한국전력은 무려 10경기나 풀세트 접전을 치르면서 승점에서 손해를 많이 봐 현재 승점 39(15승7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4라운드 들어 삼성화재(승점 35, 10승12패)와 우리카드(승점 34, 11승10패)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3강과의 격차를 줄이긴 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기존의 3강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의 MVP 후보도 세 팀의 토종 에이스들 간의 각축전이 점쳐진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주장 2년차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은 한층 더 강해졌고, 이제는 전술적으로도 팀의 에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개 구단 통틀어 유일하게 현대캐피탈이 외국인 선수가 아닌 토종 선수가 팀의 ‘제 1옵션’을 차지하고 있는 팀이고, 그 선수가 바로 문성민이다. 공격점유율 33.4%로 토종으로는 유일하게 팀 공격 점유율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기록도 뛰어나다. 10일까지 득점 부문 6위(431점)로 토종 선수 한정 1위다. 공격 성공률도 54.59%로 이 부문 5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V-리그 통산 첫 서브득점 200개를 돌파한 선수답게 상대가 알고도 못 막는 강서브로 서브득점에서도 세트당 0.512개로 2위에 올라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2연패를 차지한다면 올 시즌에는 반론의 여지없이 MVP는 문성민의 차지가 될 것이다.
김학민이 올 시즌 MVP를 수상하게 된다면 2010~11시즌 이후 여섯 시즌만의 쾌거다. 당시 김학민은 대한항공의 팀 통산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후인정(2005시즌)과 박철우(2008~09)에 이어 토종으로는 세 번째로 정규리그 MVP의 영광을 안은 바 있다.
전광인의 기록을 살펴보면 문성민과 김학민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팀 공격의 21.9%를 책임지고 있는 전광인은 10일까지 347점을 올리며 이 부문 전체 7위, 토종 한정 2위에 올라있다. 누적 기록에선 문성민에게 다소 밀린다. 공격 성공률은 55.15%로 4위다. 문성민보단 앞서지만, 김학민에 밀린다. 그러나 전광인은 공격 위주의 선수인 문성민과 김학민에 비해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코트 후방에서 몸을 날리는 디그는 전광인의 또다른 트레이드 마크다. 현재 세트당 1.716개의 디그로 전체 7위다. 그의 위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리베로다. 그의 수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 더. 만년 약체였던 한국전력은 2013~14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광인을 전체 1순위로 품은 뒤 팀 전력이 급상승하며 다크호스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전광인이 2년차였던 2014~15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고, 2년이 흐른 올 시즌엔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살펴본 대로 세 선수 모두 MVP가 될 수 있는 기록과 정당성 모두를 지니고 있다. 문성민의 2연패냐, 김학민의 6년만의 탈환이냐, 전광인의 생애 첫 수상이냐.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누가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끄느냐다. 시즌 끝까지 이어질 세 팀의 순위 경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현대캐피탈,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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