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문화재] 민초 염원 품은 미황사 거북·게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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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종교의 지도자들은 예배나 법회, 다양한 강론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들을 이어주고, 저마다의 염원과 문제들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모습들은 종종 종교 건축물의 벽화나 장식들에 표현된다.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미황사(美黃寺)는 약 1300년 전에 건립된 사찰이다. 기록에 의하면 우전국(于?國)에서 보낸 돌로 된 배가 해남 바닷가에 닿아 사람들이 배에 실려 있던 법화경, 금으로 된 사람 등을 땅에 내려놓았는데 그날 밤 의조화상(義照和尙)은 꿈에서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는 곳에 사찰을 지어달라는 우전국 임금의 부탁을 받게 된다. 미황사의 ‘미(美)’는 소의 울음소리를 취하고, ‘황(黃)’은 금빛을 취한 것이라고 전한다.

미황사의 중심전각인 대웅보전의 초석(사진)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연꽃과 거북, 게 조각물이 새겨져 있다. 수백 년의 바닷바람을 견뎌낸 게의 길쭉한 두 눈은 부처를 모신 대웅보전 내부를 향하고 있고, 여덟 개의 다리는 선명하다. 거북 또한 부처를 향하여 예불을 드리듯 두 앞발을 뻗고 있다. 부처를 모신 종교건축이니 연화문(蓮華文)이 등장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거북과 게는 왜 연꽃잎을 올라타고 있는 것일까.

미황사가 위치한 곳은 ‘토말(土末)’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사자봉의 남쪽으로 바다를 면하고 있다. 대웅보전의 거북과 게는 부처님의 자비를 받아 바다로부터 풍요로운 이득을 얻고, 거친 바다로부터 가족의 안위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을 불교가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고자 한 의지의 표현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불교를 받아들이게 한 것이 아니라, 불교가 사람들을 포용함으로써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주장과 가치들이 대립하는 요즘, 수백 년 전 연화문 위에 일반 백성들의 뜻을 새기도록 한 스님의 혜안이 그리워진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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