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11일 발표한 ‘2016년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수요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담대 이용 가구의 52.8%가 1억원 이상을 대출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대출금액은 1억1373만원으로 1년 새 808만원 늘었다.
1억원 이상 대출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10년 조사 때 이 비율은 25.7%였고 2012년 36.5%, 2014년 44.3%, 2015년 49.8%로 점점 높아졌다. 작년 8월8일부터 9월 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국 1626가구를 조사한 결과다. 이후에도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진 만큼 그 비율과 금액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중 주담대는 폭발력이 큰 뇌관으로 지목된다. 부동산과 연결돼 있어 ‘금리상승→상환부담 가중→한계가구 증가→부동산시장 침체→금융기관 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해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당장 이번 조사결과 주담대 이용가구 41.5%가 월상환액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담대 이용 가구의 월평균 상환 금액은 60만원이었다. 이런 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이미 뛰기 시작했다. 작년 7월 2.66%까지 떨어졌던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는 작년 11월 3.04%로 뛰었다.
주택가격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가구 비율은 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1년 후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는 2015년 40.9%에서 지난해 35.5%로 5.4%포인트 떨어졌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의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도 대체로 흐리다. “주택시장이 위축기에 접어들어 전반적으로 조정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과 입주물량 과다, 대출규제 강화, 정국 불안 등이 겹치면서 주택 수요가 줄고 거래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 조정기가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3년 이내에 집을 살 의향이 있는 가구 비율은 53.9%로 1년 전보다 4.4%포인트 늘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