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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얼마나 더 추락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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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2 00:54:24 수정 : 2017-01-12 00: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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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스캔들로
국제사회 위신 실추
교민들 고개 못 들어
대통령이 답할 차례
2012년 12월 한국의 대선 직후 일부 미국 언론들이 혀를 찼다. 독재자로 평가받던 군인의 딸이 어떻게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일부 한국 교포들은 보도를 보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만났던 정치인 박지원씨는 박근혜 열풍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호남에서 박근혜가 지나가면 할매들이 ‘워매 어쩔꺼나’ 하면서 바람이 불었다.” 박정희를 보는 시각이 안팎으로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가건립 공로자 또는 정치적 희생자로 평가받았다. 부모의 희생이 박근혜의 정치적 토대가 됐다. 연민의 지지자들은 반대 세력의 날선 비판에 귀를 닫았다. 대통령 결격 사유가 있는지, 주변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들춰보지 않았다. 검증의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지만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고, 비리의 싹 또한 도려내지 못했다. 


한용걸 논설위원
최근 상가에서 만난 한 전직 고위 인사는 뉘우치는 말을 했다. “보수가 권력을 잡아야 내가 갈 곳도 있었고… 그때는 이렇게 썩어 있는 줄 몰랐지.”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었던 이 인사도 아마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려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았던 듯싶다. 이런 세력들이 생존 논리를 앞세워 권력을 창출한 뒤 그 그늘에 자리 잡았다.

권력에 기여했더라도 실세의 눈밖에 벗어나면 제거당했다. 하나둘 제거되다 보니 견제장치가 필요치 않았다. 견제가 작동 불능에 빠진 게 아니라 아예 무용지물이 됐다. 내부의 감시 장치도 꺼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물론이고, 특별감찰관실도 정지됐다. 담장 밖은 더했다. 검찰청 국정원 경찰청 기무사 감사원 국세청 등 이른바 정보회전이 빠른 권력기관은 눈치보는 데 급급했다. 감시기능을 작동시켰다가 우두머리가 쫓겨난 조직들은 바람의 방향부터 읽었다. 이런 기관의 핵심부에 있는 인사들은 실세를 찾아내곤 그쪽으로 기울어졌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감을 잡았지만 문제 제기했다가 쫓겨난 청와대 인사들과 불을 뒤집어쓴 언론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 4년 전 들었던 말이 다시 들렸다. 한 교포가 ‘최 게이트’(미국 언론 표현)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을 보면 고개를 들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출신으로 알려지는 것조차 부끄럽다고 했다. 동료 근무자들이 언급하지 않지만 “미개한 나라” 출신이라는 비아냥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교포 사이트인 ‘미시USA’에 들어가보면 와글와글 들끓고 있다. 해외 교포들은 이제는 ‘샤머니즘 스캔들 국가’ 오명 딱지가 붙었다고 투덜댔다. 미국 일본 중국 언론과 정계는 한국을 조롱하고 있다. 정유라의 숨바꼭질과 언론·검찰 추적 경쟁은 유럽 언론조차 토픽감으로 보도한다.

한때 우리가 눈만 뜨면 입에 올리던 말이 있다. “OECD 국가, 경제력 세계 10위권, 수출대국…” 이런 말이 수식어가 돼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고 긍지를 갖게 했다. 이제는 바람에 휩쓸리듯이 날아가 버렸다. 더 이상 자존감을 가질 수도 없게 됐다.

세계적 망신을 당하는 게 대통령을 잘못 선출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 때문이라면 변명할 말이 없다.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데 대한 대가라면 달게 받아야 한다.

어이없는 것은 이러한 국제적 망신이 계속되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슈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증거물이 연속 튀어나오고 있다. 아직도 자고 나면 신문 지면에는 최순실 스캔들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린다. 5개월째이다. 누구도 이 늪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론이 잠잠해질 것이고, 국면전환 카드를 꺼내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치적 회생 가능성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다면 어이없다.

얼마나 더 국격 추락과 세계적 조롱을 당해야 책임을 깨닫게 될까. 대통령은 해외 거주 교포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몇 번의 기회를 놓친 지금, 교포들은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지 말고 대통령이 먼저 답해야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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