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이 새로 내놓은 ‘공조’는 깔끔한 조각남 현빈(35)이 ‘얼굴’ 덕을 보지 않고 오로지 흡인력 있는 공감 ‘연기’로 승부하는 영화다.
현빈은 ‘공조’에서 마침내 ‘얼굴’을 앞선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극중 캐릭터인 림철령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든든함’의 매력이 되어 팬심을 앗아간다. |
“짧은 대사 때문에 딱딱하거나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자칫 멋있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일까봐 톤이나 강세 조절에 신경 썼어요.”
서울 삼청동 지중해식 카페에서 유자차와 카푸치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현빈은 ‘역린’(2014) 때보다 더욱 총명한 눈빛을 쏟아낸다. 여유가 한 움큼 묻어난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세 가지를 먼저 주문했어요. 액션팀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것과 북한 말 배우기, 운동을 통한 몸만들기를 당장 시작하고 싶다고···.”
오세영 무술감독과 마음을 맞췄다.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의 실전무술 시스테마를 수련했다.
“무술팀과 특수효과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배우가 돋보이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 주었어요. 소통도 원활했고요. 안전장치를 점검해주고 제가 욕심을 낼 땐 자제를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여러 덩치들과 싸울 때, 강한 남자 대 강한 남자의 1대 1 대결, 그리고 목표물인 차기성(김주혁)과의 결투 등 촬영 당시 각 신마다 감정상태나 상황이 모두 달랐거든요.”
합을 맞춰야 하는 액션 연기는 철저히 1대 1 지도를 받아가며 찍었다.
자동차 추격 신, 와이어, 격투, 총격 신 등 장르를 뛰어넘는 액션 연기를 대부분 직접 소화해냈다. 철령은 고가도로 위에서 뛰어내려 지나가는 버스를 밟은 다음 다시 도로 위로 내려서는 것은 물론 물에 젖은 두루마리 휴지 하나로도 무리를 간단히 제압한다.
‘현빈이 처음 도전한 액션 연기’라는 일부 보도에는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액션은 늘 해왔어요. 종류와 비중이 달랐을 뿐···. 영화 ‘돌려차기’(2004)와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2009)에서 이미 보였다시피···. ‘액션 연기를 해야지’라는 의도로 ‘공조’를 선택했던 게 아닙니다. 소재가 마음에 들었어요. 두 남자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정’을 쌓게 된다는···, 남북 공조수사라는 새로운 소재가 관심을 끌었던 겁니다.”
“북한 형사를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시나리오에 충실했습니다. 철령이는 자신이 맞다고 여기면 곧장 행동으로 옮기는 캐릭터예요. 철령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때조차 단단해 보이고 싶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으로는 강진태 집안에서 펼쳐지는 신들을 꼽는다.
“어쩌면 철령이가 꿈꾸었을 만한 상황이라고 여겼어요. 남한의 모습이 아직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딸아이와 처제까지 있는 한 가정의 분위기가 그에겐 좋으면서도 왠지 슬퍼보이는 장면이거든요.”
상대역 유해진에 대한 한 마디도 잊지 않는다.
“언젠가는 연기를 같이 하게 될 거라 생각했었죠. 기회가 빨리 찾아온 거예요. 누구나 유 선배와 함께 연기해보길 원합니다. ‘유해진표 연기’는 쉬운 게 아니에요. 일상적이고 편안한 연기를 구사합니다. 후배 입장에서는 배울 게 많죠. 순발력과 특유의 센스도 함께.”
그에게 시나리오는 골고루 들어오는 편이다.
“안 했던 이야기와 안 보여준 이미지부터 먼저 찾습니다. 선택기준이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면, ‘이것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다’거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공조’의 경우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됐어요.”
흥행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관객 만족이 더 중하다고 말한다.
극장에 내걸린 뒤 흥행 여부는 배우가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다만 그 전, 촬영 마지막 단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죠.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고 거금이 들어간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하는 게 옳습니다.”
‘공조’에 대한 관람포인트도 귀띔한다.
“캐릭터들이 살아 있어요. 모든 등장인물들이 배역을 훌륭하게 수행해 냅니다. 액션과 코믹, 그리고 김주혁의 첫 악역 등 기존에 못 보던 볼거리도 풍부합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로, “다양한 사람과 직업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을 드는 그는 “새해엔 우선 ‘공조’ 홍보에 매진하고, 지금 촬영 중인 ‘꾼’을 마무리하는 대로 조금 쉴 생각”이라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너무 정신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느긋한 시간을 마련해서 한번쯤 저를 찬찬히 돌아봐야죠. 멀리 보고 멀리 갈려면···.”
현빈은 2003년 드라마 ‘보디가드’로 데뷔한 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톱스타 대열에 우뚝 섰다. 이후 5년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시크릿 가든’(2010∼2011)으로 한류스타가 됐다.
‘공조’는 18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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