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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이들은 왜 '목소리'를 바꾸고 싶어 했을까?

입력 : 2017-01-14 08:00:00 수정 : 2017-01-19 2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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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목소리라고?”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저었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믿었던 나는 녹음기 속 촐싹대는 톤에 놀랐다.

기자가 되고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 기사를 쓰려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는데,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고 ‘굳게 믿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까마귀처럼 웃어대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만 귀를 때렸다.

‘인터뷰를 하지 말아야겠어.’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을까. 인터뷰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응이 안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다니다 보면 목소리 고민을 늘어놓는 네티즌들이 많이 보인다. “목소리가 쉬었다” “화가 난 것 같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굵다”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이 다양하다.

끝이 아니다. 아이 같은 목소리라던 한 여성은 학교 다닐 때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좋았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드니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탄했다. 다행히 한 기업체에 들어갔지만 그는 동료들이 어리게 본다는 2차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한 남성은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스키한 목소리, 톤이 높은 목소리 때문에 고민에 빠진 이들도 보인다. 목소리는 호흡, 발성 그리고 발음 등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결정된다.

여러분들도 말할 때 듣는 목소리와 이어폰으로 들을 때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사실 이어폰으로 듣는 목소리가 자신의 진짜 목소리다. 그래서 ‘사람은 목소리를 두 개 가진다’는 표현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할 때 듣는 목소리는 몸 안의 울림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어폰으로 나오는 목소리에는 울림이 없다. 톤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조금 낮고 무게감 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으니 촐싹대고 높은 톤이었던 이유는 두개골의 울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W스피치커뮤니케이션. 성인 수강생들이 목소리 교정 수업을 받고 있다. / 사진=W스피치커뮤니케이션 제공

지난 12일, 세계일보가 서울 중구에 있는 목소리 교정 전문 학원 W스피치커뮤니케이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올해 스물네 살인 김준씨는 경찰관. 스물두 살인 우수정씨는 방송기자가 꿈인 학생이다. 이들은 왜 목소리 교정에 관심을 갖고 몸소 참여하기까지 했을까?

김씨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목소리가 다소 뭉개지는 편인 그는 흥분했을 때 말이 빨라지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뭐라고?”하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어눌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박또박 그리고 천천히 말하려 노력했다. 다행히 교정수업 결과가 좋다고 했다. 김씨는 “전보다 말하는 게 정확해졌다”고 밝혔다. 경찰인지라 대민업무가 많은 그에게 ‘목소리’는 시민과의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김씨는 “앞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 정확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씨는 목소리 교정으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벗었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일어나 책 읽는 게 무척 떨렸다고 말했다. 그는 “목소리를 바꾸면서 옛날의 정신적 충격을 넘어섰다”고 기뻐했다.

두 사람은 목소리로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보냈다. 특히 우씨는 “목소리는 바뀔 수 있다”며 “전문 교정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W스피치커뮤니케이션의 우지은 대표는 “목소리가 인상을 결정한다”며 “사람은 목소리가 풍기는 이미지를 더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면접, 소개팅 등 첫 만남에서 상대방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 대표는 “목소리가 사람 판단 기준이라는 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며 “목소리는 내면을 담는 그릇이자 사람의 이미지를 바꿀 장치”라고 했다. 그는 “타고 난 목소리가 설마 바뀌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한 번쯤 목소리 변화를 고민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상도 출신 한의사인 여성 A씨는 고민이 많았다. 사투리와 특유의 남성성이 결합한 목소리를 고칠 수 없어서다. 소개팅 자리에 나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목소리 때문에 인연을 이어 가지 못했다.

“선생님, 저 결혼하고 싶어요.”

A씨는 목소리 교정 강사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결혼시켜 드리겠다던 강사의 약속은 결국 지켜졌다. 교정 수업 덕분에 부드러운 목소리와 여성성 억양을 갖게 된 A씨는 올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된다. 익명을 조건으로 입수한 실제 사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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