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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피렌체 VS 시에나의 수탉 전쟁의 승자는?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1-13 19:03:35 수정 : 2017-01-13 19: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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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탉이 그려진 정유년 와인 끼안띠 클라시코

 

검은 수탉이 그려진 끼안띠 클라시코 레이블
올해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입니다. 붉은 닭은 아니지만 검은 수탉이 붉은 원안에 그려진 엠블럼이 와인병목에 부착된 와인이 있답니다. 3000년이 넘는 와인양조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산지 투스카나의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입니다. 

끼안띠 클라시코 협회의 검은 수탉 조형물. 홈페이지
수탉 엠블럼과 관련된 재미난 일화가 있습니다. 통일이 되기 전인 1380년대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형태였는데 피렌체(플로렌스)와 시에나는 서로 조금이라도 영토를 차지하려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양쪽은 더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국경을 확정하기로 협정을 합니다. 발상이 아주 재미납니다. 각자의 수탉이 울면 기병이 달려가 서로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한 것이지요. 시에나는 크고 울음소리가 우렁찬 흰닭을 선택해 아주 잘 먹입니다.  배가 부르면 힘차게 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거지요. 

반면 작고 탄탄한 검은 닭을 선택한 피렌체는 저녁을 굶깁니다. 시에나측에서 봤을때 과연 제대로 울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피렌체의 승리입니다. 시에나가 잘 먹인 흰 닭은 배가 부르니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쫄쫄 굶긴 피렌체의 검은 닭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새벽 일찍부터 밥을 달라고 울어댄 겁니다. 덕분에 피렌체는 시에나의 성에서 불과 1.6km 지점까지 접근해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피렌체와 시에나에는 이탈리아의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이 있었는데 바로 지금의 끼안띠 클라시코 지역입니다. 이 곳은 현재 대부분 피렌체에 속한 것은 바로 이같은 역사적 배경때문이지요.  

지난해 끼안띠 클라시코 협회 설립 300주년을 맞아 사용된 기념 로고. 홈페이지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의 역사는 2016년 300년을 맞았습니다. 1716년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을 지배하던 메디치(Medici) 가문의 코지모(Cosimo) 3세 대공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구역을 끼안띠로 특별 지정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1900년대 들어 끼안띠 와인의 국내외 수요가 많아지자 1716년 설정된 끼안띠 구역밖에서도 ‘끼안띠 스타일’ 와인을 우후죽순으로 빚게 됩니다. 몇몇 생산자들은 화이트 품종을 섞거나 법으로 정한 산지오베제 블렌딩 비율을 지키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1924년 생산자 33명이 끼안띠 와인의 품질을 보호하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협회(Chianti Classico Wine Consortium) 만듭니다. 협회는 피렌체 군대의 용맹과 지혜, 평화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Gallo Nero)을 끼안띠의 엠블럼으로 선택해 병목에 도장을 찍기 시작합니다. 또 1932년에 행정법령을 통해 최초 설정한 끼안띠 구역을 끼안띠 클리시코, 바깥지역을 끼안띠로 구분해서 부르게 됩니다.

끼안띠 클라시코 지도. 홈페이지
1984년 끼안띠 클라시코는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 통제 규정중 가장 높은 등급인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trollata Grantita)로 승격됩니다. 이탈리아 와인의 등급은 테이블 와인(Vin da Tavola)이 가장 낮고 IGT, DOC, DOCG 순으로 높은 등급이랍니다. 현재 토스카나에서 DOCG 등급을 받은 지역은 모두 6개 지역으로 끼안띠, 끼안띠 클라시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카르미냐노(Carmignano), 베르나차 산 지미냐노(Vernaccia San Gimignano)로 이뤄져 있습니다.

끼안띠 클라시코 포도밭 전경. 홈페이지
끼안띠 와인은 끼안띠-끼안띠 수페리오-끼안띠 클라시코-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순으로 고급 와인이며 2014년 2월에는 그 위에 최고 등급인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가 신설됐습니다. 끼안띠와 끼안띠 수페리오는 이탈리아 대표적인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75%이상, 끼안띠 클라시코 부터는 80% 이상 사용해야합니다. 나머지 20%는 토착품종인 까나이올로(Canaiolo), 꼴로리노(Colorino)와 국제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섞습니다. 그러나 끼안띠 클라시코는 품종의 특징을 잘 드러내기 위해 산지오베제를  100% 사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보통 24개월이상,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보통 36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와인병 밑을 짚으로 싼 통통한 병모양의 과거 끼안띠 와인. 홈페이지
산지오베제는 산도가 좋고 과일향이 풍부해 한식을 포함해 음식과 매칭이 잘 됩니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토양과 기후조건이 뛰어나 일반 끼안띠보다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 빚어집니다. 와이너리는 960개가 넘고 포도밭은 7200ha 규모로 연간 생산량은 35만병정도입니다.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은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 카스텔로 디 아마(Castello di Ama),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 카판넬레(Capannelle), 안티노리(Antinori), 루피노(Ruffino),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폰토디(Fontodi) 등입니다.

■루피노

루피노 와이너리 전경
일라리오 & 레오폴도 루피노가 1877년 설립한 루피노는 140년동안 토스카나, 움브리아, 프리울리에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루피노는 1895년 말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와인품평회에서 당시 프랑스 특급 와인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미국의 금주령 시대(1920~1930년대)에 ‘스트레스 완화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루피노 와인이 판매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루피노는 세계적인 주류매거진 와인&스피리츠(Wine&Spirits)가 선정하는 미국 내 레스토랑에서 인기있는 와인 순위 2위를 차지했고 2014년 임팩트(Impact)지에가 미국 내 수입와인 1위로 선정했다. 

루피노 두깔레 오로 끼안띠 클라시코 리세르바
대표 와인은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다. 2010 빈티지가 최고 등급 그란 셀렉지오네를 받았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이탈리아 아오스타(Aosta)의 공작은 매년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했는데 1890년 이 공작은 플로렌스에 있는 루피노의 와인셀러에 들러 여러 와인을 맛보다 한 와인에 심취하게 된다. 그는 로마에서 돌아올 때까지 그 와인을 절대 다른 곳에 팔지 말고 자신을 위해 리저브(reserve·예약)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루피노는 그 통에 ‘리제르바 두깔레(공작이 예약한 와인)’라는 문구를 분필로 써 놓았고 성지순례를 마친이 공작은 자신의 궁정에 루피노 와인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탄생한 리제르바 두깔레는 현재 이탈리아 끼안띠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루피노 두깔레 오로 끼안띠 클라시코 리세르바
이 와인은 12개월간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한번 사용된 작은 오크통에서 12개월간 2차 숙성을 진행하고 다시 3~4개월동 병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된다. 강렬한 베리류 향, 잘 익은 말린 자두향, 체리잼 등의 달콤한 과일향이 우아하게 입안에 퍼진다. 또 바이올렛, 시나몬, 향나무 등의 스파이시한 풍미 어우러져 복합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탄닌은 부드럽지만 구조감은 탄탄하다. 루피노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한다.

■카스텔로 디 아마

카스텔로 디 아마 산 로렌조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렉지오네
카스텔로 디 아마는 오랫동안 끼안띠 클라시코 협회장을 역임한 와인메이커 마르코 팔란티(Marco Pallanti)와 그의 아내 로렌자 세바스티(Lorenza Sebasti)가 이끄는 와인 명가다. 특히 끼안띠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인 ‘크뤼’ 개념을 도입한 와이너리다. 싱글빈야드, 즉 단일 포도밭 ‘크뤼’ 마다 수확과 양조를 따로 관리해 품질을 혁신적으로 높였다. 1982년 싱글빈야드 이름을딴 첫번째 끼안띠 클라시코 벨라 비스타를 시작으로 1982년 산 로렌조, 1985년 라 카수치아, 1988년 벨 팅가 등 싱글빈야드 끼안띠 클라시코를 세상에 내놓았다.

카스텔로 디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
카스텔로 디 아마 플래그쉽 와인은 산 로렌조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렉지오네(San Lorenz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다. 2010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 톱100 에서 5400개 와인 중 6위에 올라 이탈리아 와인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선정됐다.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는 1996년 포도밭을 정비하면서 새로 심은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수령이 많지 않아 캐주얼한 스타일로 빚었다. 2003년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 메이커’를  수상했다.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한다.

■바론 리카솔리

안띠 클라시코를 말할 놓을 없는 생산자가 바론 리카솔리다. 지금의 끼안띠 클리시코를 최초로 개발한 와이너리이기 때문이다. 리카솔리는 1141년에 세워져 87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에서 두번째이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1800년 중반까지는 산지오베제에 화이트 품종을 섞어서 물처럼 묽게 만들어 마시던 그저 그런 와인이었다. 

베티노 리카솔리
그런 끼안띠의 고급화를 위해 혁신을 시도한 이가 당시 ‘끼안띠 클라시코의 아버지’ 베티노 리카솔리(1809∼1880)로 수년간 연구에 매달린 결과 1874년 꼴로리노(Colorino)와 까나이올로(Canaiolo)를 블렌딩해 품질을 크게 높인 끼안띠 클라시코 블렌딩의 레시피를 최초로 개발했다. 꼴로리노는 풍성한 색을 더해주고 산지오베제의 튀는 산도를 잡아준다. 또 까나이올로는 와인에 꽉 짜여진 탄탄한 구조감을 부여한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현재 화이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리카솔리 키안티 클라시코 브롤리오
리카솔리 키안티 클라시코, 브롤리오(Chianti Classico Brolio)는 산지오베제 80% 메를로 15% 카베르네 소비뇽 5%를 섞었다. 블랙베리와 초콜렛 향이 어우러지는 아로마에 적당한 탄닌과 산도, 매끈한 질감이 균형을 잘 이룬다. 바디감이 있으면서도 거친 느낌이 없고 뽐내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매력을 뽐내는 와인이다.

리카솔리 로카 기치아르다
리카솔리 로카 기치아르다(Rocca Guicciarda)는 2012 산지오베제 80% 이상과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소량 블렌딩한다. 레이블에 리카솔리 문장이 담긴 리카솔리 와인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와인이다. 전형적인 끼안띠 클라시코이면서도 모던한 스타일로 빚어졌다. 2012 빈티지는 감베로 로쏘 최고등급인 3글라스를 받았다. 바론 리카솔리는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한다.

■카스텔로 반피

반피는 1919년 지오바니 F. 마리아니 경(Giovanni F. Mariani Sr.)이 바티칸에 거주한 최초의 여성인 이모 테오도리나 반피(Teodolinda Banfi)의 영향을 받아 설립한 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족 경영 회사다. 현재 반피 와이너리의 이름은 바로 이모의 성에서 따왔다. 반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1위 마켓일정도로 국내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와이너리다. 반피 끼안티 클라시코 리세르바는 반피의 아이콘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특유의 산미가 잘 살아있고 구조감이 매우 우아하다. 바닐라, 감초, 초콜렛향과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진다.

반피 끼안띠 클라시코 리세르바 정유년 리미티드 에디션
산펠리체 끼안티 클라시코 정유년 리미티드 에디션
반피는 정유년을 맞은 한국시장을 겨냥해 끼안띠 클라시코의 상징인 검은 수탉 이미지로 레이블을 꾸민 반피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와 산펠리체 끼안티 클라시코(San Felice Chianti Classico)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산펠리체는 이탈리아 최고급 와이너리 모임인 이탈리아 그랑 크뤼 연합(Grandi Cru di Italia)의 회원사이다. 산지오베제 80%, 뿌니텔로 20%가 블렌딩됐으며 짙은 체리와 산딸기 향, 바이올렛 향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적절한 산도가 입안에 생동감을 주고 짜임새 있는 구조감이 돋보인다.  에피타이져, 중간 숙성된 치즈, 오리고기, 파스타 등과 궁합이 좋다. 반피는 현재 롯데주류에서 수입한다.

■포지오 알 살레(Poggio Al Sale)

1882년 설립돼 13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포지오 알 살레는 이탈리아 투스카가의  5대 와이너리로 꼽힌다. 

포지오 알살레 끼안띠 클라시코
포지오 알살레 끼안띠 클라시코(Poggio Al Sale Chianti Classico)는 산지오베제 85%에 국제품종인 메를로를 15% 블렌딩했다. 풍부한 과실향과 은은한 제비꽃 향이 기분좋게 지속된다. 구조감 있는 탄닌도 긴 피니쉬로 이어진다.

간장 풍미가 베어 있는 갈비찜, 불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포지오 알 살레는 레뱅드매일에서 수입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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