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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청년 표심’ 잡기 나선 대선 주자들… 군퓰리즘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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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5 08:00:00 수정 : 2017-01-15 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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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을 전담할 조직을 구성하고 포럼을 여는가 하면, 전국을 순회하며 민심을 청취하고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육군훈련소에 도착한 청년들이 전방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대선 국면을 조기에 불붙게 한 촛불 민심은 잠룡들의 대선 전략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삼포(결혼, 취업, 출산 포기) 세대로 불리며 “헬조선에는 희망이 없다”고 현실을 자조하던 청년층이 지난해 말부터 공부와 취업문제 대신 촛불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자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은 이들을 겨냥한 정책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투표 참여율이 높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과 노인층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이 중점적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전국을 강타한 탄핵정국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장년증과 노인층을 의식한 전통시장, 산업시설 등 기존 선거 과정에서의 단골 방문지 대신 촛불집회와 진도 팽목항 등 젊은층을 의식한 행보가 부쩍 늘었다. 젊은층이 자주 청취하는 팟캐스트에도 야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청년층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며 정책화를 진행하면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바로 국방 분야다. 청년들은 20~30세 사이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다른 세대보다 군 관련 공약에 관심이 많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의 영향으로 안보에 관심이 많으며 북한에 대한 시각도 예전에 비해 보수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기간 동안 병역과 군인들의 처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표심잡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군(軍)퓰리즘(인기에 영합한 군 관련 정책들)식 공약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햇불을 든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 모병제, 공정병역, 급여인상까지…벌써부터 경쟁 치열

대선 주자들이 청년층을 겨냥해 제시하는 군 관련 정책들 중 하나가 바로 병사의 급여문제다. 병사가 군 당국으로부터 받는 한 달 월급 10만~20만원은 병사들의 훈련, 작업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과 함께 외출이나 외박 등에 필요한 비용을 급여만으로는 조달하기 어려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9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에 가 있는 우리 젊은이들 월급이 10만원, 15만원, 20만원이다. 최저임금의 15%도 못 주고 있다”며 “국방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젊은이들에게 최소한도로 시급 최저임금의 50%, 이 정도는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월 135만2230원이다. 최저임금의 50%면 67만원을 병사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남 지사는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하게 하자. 대신 필요하다면 안보 증세를 하자”며 “안보는 공짜로 되지 않는다. 안보에 더 투자하자”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병사 급여 외에도 지난해 8월부터 모병제 전환을 주장해왔다.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2023년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돼 징병제로는 현재 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모병제를 통해 군 병력을 30만명으로 줄이고, 병사들에게 9급 공무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원의 초임을 지급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국민생생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초청 타운홀미팅 박원순·이재명 시장 편 '민생, 현장에 답이 있다'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인사를 나누며 포옹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도 모병제 논란에 가세했다. 이 시장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성남시장 초청 국회토론회’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를 동시에 운영하는 ‘선택적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시장은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되 의무병 복무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고 현역병을 50만명으로 줄이는 대신 전문전투병을 10만명 모집해 전문적으로 복무하게 만들면 군 전력도 강화되고 의무복무 기간도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10만명 정도의 전문전투요원과 무기장비 전문요원을 모병하면, (연봉을) 1인당 3000만원 정도 잡아도 3조원에 불과하다”며 “(현역병) 13만명을 줄여 생기는 절감액으로 (모병비용) 충당이 가능하고 전투력도 올리고 의무복무 기간이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정한 병역’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국민성장 정책공간’ 2차 포럼에서 “새누리 정권 9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 멤버 상당수가 군 면제를 하는 등 이명박,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본인과 아들의 현역 입영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고, 군에 가도 우병우 아들처럼 꽃보직”이라며 “안보에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안보에 구멍 내는 이적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의 30%, 40%, 50% 식으로 연차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합정동 신한류플러스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함께 여는 미래 18세 선거권 이야기 간담회에서 청소년들과 학부모와 함께 18세 선거권 부여를 촉구하는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선거연령 18세 하향 맞물려 군퓰리즘 정책 등장 가능성

대선 주자들이 전시작전통제권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국방정책보다 병사의 복지, 복무제도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탄핵정국이 몰고 온 정치지형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 선거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위주로 진행됐다.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투표율도 높다. 정치권은 이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선거 전략과 공약을 우선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사정이 다르다. 탄핵 정국에서 2030 청년들이 촛불집회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10대 고교생들이 광장에서 최순실과 그 일당의 국정농단을 비판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팍팍한 일상을 사는 청년들과 공부에 매몰된 고교생들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자 정치권은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재빨리 반영하기 시작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이 쟁점화되면 투표장에 나올 청년들의 표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18세인 1999년생은 60만~62만명으로 추산된다. 얼핏 보면 그 규모는 작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을 때 이회창 후보와의 표차는 39만여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 표차는 57만여표에 불과했다. 18세 중 남성의 비중이 절반이라고 가정해도 선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세는 본인이 원하면 군 입대가 가능하며, 자원입대를 하지 않아도 남성은 1~3년 후 입영영장을 받는다. 대선 후보의 군 관련 공약이 본인의 병역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군인 복지나 군 제도 등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의무복무 남성 연령인 20~24세 인구 약 180만명과 그들의 가족, 친지까지 더해지면 선거의 승패를 뒤바꾸는 폭탄이 된다. 특정 이슈나 정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들의 응집력은 매우 강하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2일 경기 파주 1사단 수색대대를 방문해 전시된 총기를 들어보고 있다. 파주=국회사진기자단
사정이 이렇다보니 병역의무에 직면한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군퓰리즘’ 공약이 등장할 위험도 제기된다. 예전의 선거에서는 군 복무기간을 단축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공약이 단골 소재였다. 하도 많이 등장하다보니 ‘약발’이 떨어져 2012년 대선에서는 이렇다할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는 복무기간 단축으로는 이슈몰이가 어려워지자 제대하는 병사들에게 수천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거나 직업군인 전환을 쉽게 한다는 등의 내용과 묶어 ‘패키지’를 제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군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개혁 작업은 개혁의 방향에 관계없이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특성, 국민적 합의, 미래의 안보 위협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다. 모병제의 경우 징병제에 모병제 요소를 일부 조합한 유급지원병 제도가 낮은 급여와 경력 단절을 우려한 병사들에게 외면을 받는 현실에서 모병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방안도 연간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재원 마련 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종합적인 고려 없이 군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만 안겨줄 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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