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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만큼 내 음악은 깊어졌다”

입력 : 2017-01-15 20:27:52 수정 : 2017-01-15 20: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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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서울시향과
협연할 리스트 협주곡 1번
진정한 대곡 … 고결하게 표현
청년서 노년 … 음악사랑 여전
한국 관객들 따뜻한 환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
“수천명의 한국 관객들이 저를 따뜻하게 환대하고 매우 조용하게 연주를 들어줬습니다. 그날 밤의 인상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66)가 한국을 찾는다. 30여년 만이다. 피아니스트 졸탄 코치슈,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헝가리 삼총사’로 불린 그의 명성을 감안하면 한참 늦은 재방문이다. 란키는 1986년 5월 31일 한국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와 리스트를 공연했다. 이후 좀체 한국과 인연이 없던 그가 20, 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공연에 앞서 그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첫 방한 당시 서른 중반 청년이던 그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다. 란키는 지난 세월 변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사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다”며 “제가 내면으로 느끼고 듣는 것들을 깨닫기 위해 가장 쉽고 간단하게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란키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추기는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난해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로 선임된 뒤 첫 인사하는 자리라 더 의미가 깊다. 란키는 “서울시향의 라벨 ‘라 발스’, 연주를 음반을 통해 들었는데 정말, 매우 훌륭한 연주였다”며 “슈텐츠와의 협연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헝가리 삼총사’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가 30년 만에 한국을 방문, 20, 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서울시향 제공
그가 연주할 곡은 같은 헝가리 출신 작곡가인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란키는 “진정한 대곡”이라며 “이 곡은 악보대로만 읽어서도 안 되고 신체적 기교를 보여주는 구실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장 명징하게 연주할 것”이라며 “리스트의 품성에 걸맞게 기분 좋고 고결하고 숭고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195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13세에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 입학했다. 18세이던 1969년 로베르트 슈만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적 경력을 쌓았다. 콩쿠르를 선호하지 않는 그는 이후 다른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서정적인 음악세계와 귀공자풍 외모로 사랑 받았다. 특히 1970년대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렸다. 리스트 음악원에서는 코치슈·쉬프와 같은 스승 아래에서 동고동락했다. 이들에게 ‘헝가리 삼총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란키는 “우리는 음악원에서 매우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 동료들 못지않게 그에게는 가족이 소중한 음악적 동반자다. 그는 1985년 이후 아내 에디트 클루콘과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아들 역시 피아니스트로 성장 중이다. 그는 이를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듀오 콘서트를 수백회 가졌어요. 두 아들 중 작은 아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과 피아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제가 나온 음악원을 다니고 있어요. 우리 부부는 그에게 절대로 영향을 끼치거나 가르치지 않으려 합니다.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가족과 사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고 즐거운 일이에요. 각자 좋아하는 건 다르지만 그 바탕에 늘 음악이 있기에 우리 가족은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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