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호준 "'욕심 연명' 싫어…은퇴발표, 찌릿찌릿하네요"

입력 : 2017-01-16 14:39:22 수정 : 2017-01-16 14:43: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승엽의 '아름다운 마무리' 감명…"NC 우승 이루고 싶어"
마지막 시즌에는 우타자 최다홈런·전력질주하고 싶다
넉살 좋기로 소문난 베테랑 이호준(41)도 자신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찌릿찌릿하다"고 밝혔다.

이는 그에게도 생소한 느낌이었다.

이호준은 16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과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NC의 2017년 신년회를 기회로 자신의 은퇴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올해 시즌이 끝나면 은퇴할 예정이다.

이호준은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다"며 은퇴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비시즌 기간에 미국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떠났다가 우연히 '동갑내기 후배' 이승엽을 만났다가 은퇴에 관한 대화도 나눴다. 이승엽 역시 올해까지만 뛰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호준은 "진로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많은 조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은퇴 전 우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워보고 싶을 만큼 마지막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또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올해 꼭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을 말하며 이호준은 "손이 떨린다.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놀랍다"며 "눈물이 많은 편인데 은퇴 순간이 벌써 걱정된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다음은 이호준과 나눈 일문일답.

-- 은퇴를 언제 결심했나.

▲ 작년부터 생각했고, 올해 들어서 결정했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다.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다녀와서 김경문 감독님과 의논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하셨다.

-- 쉽지 않았을 텐데.

▲ 매년 은퇴를 언제 해야 할지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욕심이 계속 생기더라. 제 욕심으로 야구를 하면 마지막에 안 좋을 것 같다. 1년 선배인 이병규 선배, 1년 후배인 홍성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위치인데도 그렇게 은퇴하는 모습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좋을 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가족의 반응은.

▲ 아내도, 아버지도 긍정적이었다. 젊은 친구들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회가 있으면 저만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

-- 은퇴 후 계획은.

▲ 하와이에서 우연히 이승엽을 만나 일주일 정도 같이 지냈다. 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선수이고, 저보다 먼저 은퇴를 발표했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엄청난 선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코치를 하든, 연수를 가든, 해설을 가든 여러 길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게 저에게 맞고 옳을지 1년간 공부할 것이다.

-- 자유계약선수(FA)를 행사하지 않은 것도 은퇴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나.

▲ 머리에 FA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었다. 야구를 1년 더 하는 것도 저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 아직 1년 남았지만, 24년간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 2000∼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1군으로 도약했을 때다. 가장 힘들었고, 열심히 했고, 절실했다. 가장 잘했었고 가장 위기이기도 했다. 결혼하고 첫 아이도 태어났을 때였는데, 좋은 분유와 좋은 기저귀도 못 사준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1군 자리를 차지해야겠다는 그때의 마음과 목표로 여기까지 왔다.

2008년 FA가 되고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도 힘들었다. 여러모로 힘든데 팬들이 크게 실망해서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그 영향으로 아직도 팬이 다가오면 약간 움찔해지는 게 있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 그때 끝났어야 했는데 이어졌다.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잘 이어져서 여기까지 왔다.

-- 올해 각오가 남다르겠다.

▲ 두 번 다시 설 수 없는 자리다. 한 타석, 공 하나에 엄청나게 진실한 마음을 담아 타석에 설 것 같다. 성적이 너무 좋아서 은퇴를 번복할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팬도 아쉽도록.

-- NC에서 마무리하는 의미는.

▲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엔트리 멤버로 남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그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 마지막에 이루고 싶은 것은.

▲ 2천 안타는 무리다. 그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까 봐 무섭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보기 안 좋다. 그러나 우타자 최다 홈런(장종훈 340개)은 달성하고 은퇴하고 싶다. (이호준은 현재 330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치고 1루까지 전력으로 뛰는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 현역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 처음 NC에 왔을 때 모든 분이 꼴찌팀이라 예상하니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선수들 운동하는 자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가 밤늦도록 훈련하고 있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어린 친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선배들에게서 배운 좋은 점을 어린 친구들에게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서 처음으로 펼쳤다. 나를 잘 따라주는 착한 후배들 덕분에 내 이미지도 좋아지고 좋은 별명도 생겼다. 고맙고 감사하다.

또 아들이 야구를 하니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음식은 워낙 잘 먹으니 이런 게 장수의 비결이다.

-- 프로야구선수협회장 자리도 내려놓는가.

▲ 올해까지만 한다. 정말 힘든 자리다. 올해 숙제는 선수들에게 협회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사랑받는 협회가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 은퇴를 발표한 소감은.

▲ 은퇴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것도 영광이다. 발표도 했으니 올해가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대충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도 더욱 생길 것이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