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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한류 … ‘킬러콘텐츠’가 필요해

입력 : 2017-01-16 20:34:49 수정 : 2017-01-17 1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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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에 문화계 찬바람 우리나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중국 정부가 시행 중인 초강수 ‘한류 규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에 따른 문화계 악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킬러콘텐츠 개발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문화계 한한령 징후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수지, 김우빈의 중국 팬미팅이 행사 이틀 전 취소됐고, 그룹 엑소와 빅뱅의 콘서트가 연기되는 등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과 팬미팅 대부분이 취소됐다. 중화권 스타까지 출연한 한중합작영화의 중국 개봉이 불발됐으며, 유인나는 절반 이상 촬영한 드라마에서 하차를 통보받았다. 송중기 등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쓰던 기업들은 중국 연예인으로 바꾸고 있다. 싸이 등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자이크 처리 및 통편집되거나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두 달간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류 스타는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7월에 2개, 8월 4개, 9월 3개의 한류 스타 공연이 승인받아 간간이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후 그 맥이 끊긴 것이다.

‘한한령’(限韓令) 영향으로 드라마 등 한류문화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올해에도 한한령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과 중국에서 같이 방송을 시작한 KBS2 드라마 ‘화랑’은 3회 만에 중국 동시 방영이 중단됐다. 이 드라마는 100% 사전제작돼 중국 유력 미디어그룹 LeTV에 선판매됐다. KBS 측에 따르면 LeTV 측은 ‘화랑’ 3회 방송을 앞두고 동시 방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알려왔고, 이후 ‘화랑’ 3회는 중국에 방송되지 않았다. 현재 LeTV 사이트 내 ‘화랑’ 페이지는 닫혔다.

드라마 ‘사임당’.
중국에서 인기 1, 2위를 다투는 전지현과 이민호가 주연을 맡고, 중국 드라마를 연출했던 진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SBS ‘푸른 바다의 전설’도 중국 수출을 못하고 있다. 2003년 MBC ‘대장금’으로 한류의 전설이 된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사전제작 드라마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한한령을 뚫지 못했다.

당장 영화계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 해외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지난해 9월 ‘암살’ 이후 단 한 편도 없다. 연예계도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TV, 영화, 음악 사용에 대한 해외 로열티 등을 의미하는 ‘음향·영상 관련 지식재산권의 복제 및 배포권 사용료’ 수입이 지난해 8월 이후 11월까지 넉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
한류를 주도하던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업체들은 잇따른 공연 및 드라마 제작 취소 등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높은 몸값을 주고 한류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한 드라마나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의 경우 중국에서 해적판으로 유통돼 수백억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중국에 정식 수출이 되지 못했는데도 중국 영화·TV 프로그램 사이트 ‘천심영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천심영시’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단지 동영상 링크를 모은 포털사이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 ‘푸른 바다의 전설’ 인기는 해적판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당장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중국 충칭에 비즈니스 센터를 신설하고 한중 문화산업 발전 펀드를 확대하는 등 한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한한령은 외교문제인 만큼 단순히 산업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킬러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한한령은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외교문제와 관련돼 있어 근본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 환경도 주시하면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미래시장을 개척하는 장기적인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국에 맞는 창의적이면서 차별화된 킬러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주변나라에 수출하면 중국 시장도 개방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J E&M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단순히 외국으로 수출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아이디어, 기획 등을 현지 사정에 맞게 바꿔 판매하는 방식의 수출이 늘고 있다”며 “영화 ‘수상한 그녀’가 7개국에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경돼 팔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수상한 그녀’는 20대 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70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스페인 등 7개국 현지제작사와 함께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에 맞게 스토리가 일부 변경돼 각기 다른 제목으로 개봉됐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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