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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입양제도, 아이들이 위험하다] 아동쇼핑 부르는 ‘입양 전 위탁’…인권 없는 입양아

입력 : 2017-01-16 19:26:01 수정 : 2017-01-17 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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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입양아 인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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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형식이지만 엄마와 아기는 몇 개월 동안 하루에도 수백 번씩 서로 눈을 맞추며 더할 수 없이 깊은 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하루하루 법원의 최종 결정을 애타게 기다린다. 아기는 엄마 품에서 매일 편안한 잠에 빠져들지만, 판사에게 입양 확정증명원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법률적으로 공인된 부모 자식이 아니다. (법원의)파국적인 결론의 가능성이 예비 입양 부모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지난해 출간된 책 ‘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의 내용 중 일부이다. 입양으로 새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입양에 대한 내용과 적응 체험기 등이 담겼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입양 전 위탁’에 관한 대목이다. 법원에서 입양 판결이 떨어지기 전에 입양을 전제로 미리 아이를 가정에 데려가 키우는 것을 뜻한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온전한 가정에서 사랑받도록 하고 싶은 예비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입양 전 위탁은 엄연한 위법행위이다. 입양아의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기관 또는 부모는 법원의 입양허가 결정 후 입양될 아동을 양친이 될 사람에게 인도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입양아 인계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과 법원을 통해 입양하는 가정의 요건과 예비부모로서의 자격 등이 충분히 검증된 뒤에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입양절차의 편의성보다 입양 아동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대로 검증된 입양을 지향하자는 취지다.

입양 전 위탁을 책에 쓴 양부모 역시 ‘한 인간의 삶이란 간단하게 결정지을 수 없는, 아주 엄중하게 다뤄야 할 성질의 것’이라며 ‘입양 심사가 까다롭고 복잡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며 제대로 된 절차 진행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입양 전 위탁, ‘아동 쇼핑’ 조장 우려


입양 전 위탁은 입양기관이나 양부모의 입장에 편중된 국내 입양의 현실을 보여준다. 경기 동탄과 대구의 가정에 두 차례 입양됐다가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한 ‘은비(가명) 사건’은 입양 전 위탁과 관련한 대표적인 폐해다.

은비의 두 차례 입양은 모두 법원에서 입양 허가 판결을 내리기 전 양부모가 입양을 전제로 미리 데려간 것이다. 은비의 입양을 놓고 ‘가정위탁’이라거나 ‘사전입양’, ‘입양’ 등 다양한 용어가 뒤섞인 이유이다.

양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빨리 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더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서”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아이가 마음에 안 들 경우 되돌려 보내도 기록이 남지 않아 별 부담이 없다. 반면 입양 전 위탁이 취소된 아이는 파양당했다는 상처와 기록이 평생을 따라다닌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와 입양인단체들이 입양 전 위탁에 대해 ‘아동 쇼핑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전 절차부터 사후 과정까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입양 전 위탁 ‘나 몰라라’


그렇다면 법적 근거가 없는 입양 전 위탁은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양 전 위탁은 2013년 516명, 2014년 388명, 2015년 376명 등 해마다 수백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입양 전 위탁에 대해 질의하자 “요보호 아동이 시설보다 가정에서 생활하는 게 이상적이기 때문에 시행하고 있다”며 “가정법원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양부모단체 쪽의 요구가 커 일부 사례에 대해 묵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장사항으로 내세운 적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입양 전 위탁은 정부의 요보호아동 체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음을 방증한다. 실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한 정부의 가정위탁 외에도 입양기관이나 법인 등이 사업 차원으로 진행하는 민간 가정위탁, 입양 전 위탁으로 나눠져 있다.

이는 전쟁고아가 엄청 많아진 6·25 직후 외국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에서 아동복지사업에 뛰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아동 입양에 관한 한 민간 부문이 전문성을 갖고 주도하는 데다 복지부 등 관련 공공기관은 순환보직 등으로 전문성과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워 양 측의 손발이 제대로 안 맞는 측면이 크다. 입양인의 인권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뿌리의집’ 김도현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가정 위탁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관리·감독이 부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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