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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세액공제 신청 땐 월세 올릴 것"… 집주인 갑질에 한숨

입력 : 2017-01-16 19:26:13 수정 : 2017-01-17 15: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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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월세 공제’ 갈등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최근 월세 80만원의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신청하려고 했다. 신청만 하면 한 달치 월세 정도의 돈이 환급될 터였다. 하지만 집주인이 신청 자체를 막았다. “월세 공제 신청을 하면 월세를 10만원 올리겠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연말정산에 월세를 신청하면 100만원 정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집주인 말대로 월세가 오르면 1년에 12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집주인 동의 없이 월세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긴 해도 ‘을’인 세입자 입장인지라 눈치를 봐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서 월세 세액공제를 두고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는 공제를 신청해 ‘13월의 월급’ 연말정산 환급액을 한 푼이라도 늘려 보려는 것이지만 일부 집주인은 공제신청 때문에 임대수익이 드러나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을 걱정해 신청을 막고 있는 것이다. ‘갑’과 ‘을’의 위계가 분명한지라 집주인의 ‘태클’에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주거용 오피스텔과 고시원을 포함해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연봉 70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은 자신이 납부한 월세에 대해 세액공제를 신청하면 최대 한 달 월세의 10%를 총 750만원 한도 내에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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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집주인의 동의서가 있어야 공제가 가능했지만 2014년 법개정으로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서 없이 임대계약서와 월세 납부 증명만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이 공제신청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로막으면서 세입자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씨의 집주인이 ‘협박형’이라면 ‘원천봉쇄형’의 집주인도 있다. 세입자들과 임대계약 당시 전입신고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하는 오모(30)씨는 지난해 4월 주변 시세보다 5만원가량 싼 월 30만원으로 방을 계약하는 대신 전입신고를 하지 말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공제신청 자격에서 누락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권모(28·여)씨의 경우에는 “도배를 새로 해줄 테니 월세 공제신청을 하지 말아 달라”고 회유를 받았다고 한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세액공제 신청을 꺼리는 이유는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건물당 방의 수가 확인되면서 방을 쪼개서 임대하는 사실이 확인돼 단속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국 월세 세액공제 신청자는 2013년 11만6800명, 2014년 16만2484명, 2015년 20만487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세청은 전체 월 세입자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입자에게 월세 세액공제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임대소득을 숨기는 집주인은 처벌대상”이라며 “집주인이 꺼리더라도 월세 세액공제는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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