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전 넥센 감독이 17일 SK 신임 단장으로 선임됐다.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룬 염 단장이 SK에서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
이날 염 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장이 되는 것은 내 야구 인생의 최고 목표였다. 애초 현장에는 감독으로 복귀할 생각이라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SK 구단의 적극적인 시도와 가족의 격려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독이 앞에서 진두지휘를 한다면 단장은 그림자처럼 뒤에서 선수단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그간의 지도자 경험을 바탕으로 내 역량을 마음껏 펼쳐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염 단장은 넥센 감독(2012년 10월~2016년 10월) 시절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더불어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초보 감독답지 않은 세밀한 선수 육성과 날카로운 지략을 선보이며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단숨에 프로야구 스타 감독으로 올라섰지만 염 단장은 늘 마음속에 “반드시 단장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염 단장은 “감독 경력도 단장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그는 프런트로 일하면서도 경기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자신이 느낀 점을 기록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야구 색깔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메모한 노트가 수십권에 달한다. 이 같은 경험은 지도자로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염 단장은 “단장으로서도 성적을 내는 게 첫 번째다. 그래야 육성도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원하는 걸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움직이겠다. 이를 실천할 좋은 사람과 코치를 구성할 계획이다. 결국은 사람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의 야구 철학을 설명했다.
염 단장이 가세하자 최근 4년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SK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SK는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염 단장은 특유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2000년대 부흥을 일으켰던 SK를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코치 경험이 풍부한 힐만 감독이 임무를 분담해준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염 단장은 “메이저리그는 좋은 선수가 몰려들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부족한 선수를 절실하게 키워 내야 한다. 힐만 감독과 상의해 SK만의 육성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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