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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블랙리스트는 있는데 작성 지시한 사람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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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8 00:47:54 수정 : 2017-06-05 16: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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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조 장관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정무수석실에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한다. 2014년 6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드러난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한 명단이다. 이 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한다. 조 장관은 정무수석으로 일할 당시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은 그가 블랙리스트에 관해 보고받는 등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만든 적도 없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으로부터 “지금도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18번이나 받고서야 마지못해 그 존재를 인정했을 뿐이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계 인사는 1만명에 이른다. 그런 광범위한 명단은 한두 부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 포착된다. 그런 마당에 “나는 모른다”고 발뺌한다면 어떤 국민이 믿겠는가. 이미 조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에 함께 일했던 비서관 2명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마당이다. 무조건 모르쇠로 부인할 일이 아니다.

한류문화로 빛나는 문화·예술의 저력은 자유로운 창의활동에서 나온다. 더구나 문화융성은 박근혜정부가 국정기조로 내세운 핵심정책이 아닌가. 그런 정부에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탄압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이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박 대통령마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는지에 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유신정권에나 있을 법한 블랙리스트의 망령이 다시는 살아나지 않게 하려면 특검이 진실을 가려 엄벌하는 수밖에 없다. 특검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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