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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트럼프 EU·나토 비난 발언에 일제히 반격

입력 : 2017-01-17 19:52:07 수정 : 2017-01-17 19: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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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외 다른 나라도 EU 떠날 것… 나토, 테러 방지 등 제 역할 못해” / 트럼프, 유럽 양대 축 싸잡아 비난 / 메르켈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 / 올랑드 “EU 외부 충고 필요 없다” / 대서양 동맹 해체 땐 엄청난 혼란 / 중동 등 세계안보지형도 대변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유럽 전역에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후보 시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긴 했지만 그간 확실치 않았던 그의 대(對)EU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종전 이후 형성된 서구 중심 세계질서의 개편이 임박했다며 국제 정세의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자가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국가도 EU를 떠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미국 대통령으로 확인됐다며 유럽 각국이 트럼프발 ‘쓰나미’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직 외교관 등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유럽 통합’을 강조하며 전날 트럼프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 유럽인들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며 “(트럼프 발언은) 이미 알려진 그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며 내 입장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최근 중동을 탈출하는 난민은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이 이끈 분쟁 탓에 크게 증가했다”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EU는 외부 충고가 필요 없다. 유럽의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둬 (미국과)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독립의 이름으로 나토를 언제나 옹호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유럽이) 그토록 많은 난민을 수용하도록 강요받지 않았다면 브렉시트는 없었을 것”이라며 “메르켈은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여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구 나토에 대해서는 “쓸모없는”이란 표현을 쓰며 미국의 막대한 비용 지불에도 테러 방지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혹평했다. 유럽의 정치·경제, 안보의 핵심 기구인 EU와 나토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2차대전 이후 공산주의 블록 해체에 기여하고 최근까지 러시아에 공동 대항했던 미·EU 간 대서양 동맹 해체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간 미국은 EU가 유로존 위기(유럽 국가부채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부침을 겪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차기 정부가 이런 역할에서 벗어나 고립주의를 강화할 경우 브렉시트 이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EU의 위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스테판 르네 전 오스트리아 외교관은 “미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유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이 이를 포기할 경우 유럽 각국은 이해득실에 따라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EU 동맹의 해체는 유럽뿐 아니라 중동 등 전 세계 안보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간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내전 등에 오바마 정부가 EU와 보조를 맞췄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런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나토 협력 강화를 천명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이란 점을 들어 미국과 EU가 접점을 찾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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