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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마지막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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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8 09:49:07 수정 : 2017-01-18 09: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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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생애 마지막에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먼저 대장장이 쭌다입니다. 설법을 마친 부처는 하룻밤을 쭌다의 망고 숲에서 보냅니다. 그는 부처를 찾아가 법문을 듣고 공양을 올렸습니다. 음식을 먹은 부처는 그만 식중독에 걸려 위독한 상태에 처했어요. 상한 음식을 대접해 부처를 죽게 만든 쭌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부처는 사경을 헤매는 자신의 고통보다 쭌다의 처지가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처가 제자 아난다에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쭌다에게 '당신의 공양으로 여래가 죽었다'고 책망할지 모른다. 그러니 쭌다에게 이 말을 전하거라. 여래가 당신의 공양을 마지막으로 먹고 열반에 드신 것은 당신의 공덕이며 행운입니다." 쭌다의 고통을 영광으로 돌려놓은 것이죠. 그것이 부처의 한량 없는 자비입니다.

다음날 부처는 쿠시나가르에 있는 사라나무 숲으로 걸어가 임종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큰소리로 통곡합니다. 밤이 깊어 부처의 숨이 밭아지고 있을 때 수바드라라는 늙은 수행자가 부처를 뵙기를 청했어요. 아난다가 제지하자 부처께서 그 소리를 듣고 말합니다.
"아난다야, 내 마지막 제자를 막지 마라."
부처를 만난 수바드라는 "어떤 사람이 정직한 수행자이고,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부처는 혼신을 다해 그 길을 일러줍니다. 늙은 수행자는 그렇게 부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나선 부처도 자기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세상과 나라를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도 결국은 한 사람입니다.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비가 없다면 그의 외침은 헛된 구호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선에 나서는 정치인,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 깊이 간직할 명제입니다.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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