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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부르카 금지’에 신학자들 “용납할 수 없다”

입력 : 2017-01-21 03:00:00 수정 : 2017-01-20 10: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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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부르카는 여성의 순종을 강요하는 감옥”
전통적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가 여성들의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전면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밟기 시작했다. 사진은 부르카를 착용하고 있는 파키스탄 여성들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전통적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모로코가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인 ‘부르카’를 추방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아프리카 서북부의 모로코 왕국 내무부는 ‘부르카’ 생산자와 판매자들에게 부르카의 수입, 생산,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재고를 48시간 이내에 처분하라는 공문을 지난 9일 발송했으며, 이에 대해 이슬람 보수주의 신학자들이 지난 17일 공개 인터뷰를 통해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나섰다.

마그레브 울레마스 연맹의 모하메드 하흐메드 주할 회장과 라흐첸 와자즈 신학자, 모하메드 벤 라민 회장, 살라피스 분파 지도자 하산 케타니 셰이크 등 보수주의파 지도자와 신학자들은 이번 조치가 여성의 종교적 자기 표현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독단적이고 불법적 침해라고 주장했다.

특히 수니파의 보수주의 분파인 살라피스의 하산 케타니 셰이크는 정부의 부르카 판매 금지를 500년 전통을 금지시키려는 재앙이라며 니캅이 그 다음으로 금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라피스 분파 소속의 성직자와 교사, 언론인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불법적인 권한 남용이라는 내용의 탄원서의 서명 운동을 시작하며, 부르카는 위협이 아닌 온건함과 존중의 표식으로서 모로코가 채택한 수니파 4대 학파 중 하나인 말리크파 전통의 근간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누자 스칼리 전직 가정사회개발부 장관 등 이번 조치에 찬성하는 정치인들은 종교적 극단주의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사이다 드리시 모로코 여성 민주연합 회장은 “보수주의 이슬람 분파들이 종교의 자유와 개인의 인권, 여성이 (동등한) 시민이라는 점을 믿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며 “자신들도 4륜구동차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아내들은 부르카라는 감옥에서 순종하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국민전선’ 등의 종교적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부르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르카는 모로코 전통 의복에서는 외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르카를 ‘위장복 문화’로 규정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은 현대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걷고 있는 모로코의 추진력을 억누르려는 극단주의 단체들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온건주의 이슬람교를 지향하며 모로코 내에서 자생한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모하메드 6세 국왕의 모로코 정부는 유럽처럼 부르카를 불법화하며 공공기관 등의 장소에서 전면적인 착용을 금지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내놓고 있지 않지만 ‘부르카 금지 논쟁’은 모로코 국내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손인철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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