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눈] 진짜 뉴스, 가짜 뉴스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입력 : 2017-01-19 01:13:51 수정 : 2017-01-19 01:13: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거짓 판치는 세상… 불신·갈등 막을 장치 필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9년 188년간의 ‘잉크 시대’를 마감하고 모든 뉴스를 트위터로 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위터를 통해 독점적으로 기사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 신문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신기원적’이라는 언론 전문가들의 평가까지 실었다. 놀란 독자들의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만우절 전통에 따라 낸 고의적 ‘오보’ 기사였다. 가디언은 2008년에도 ‘모델 출신 프랑스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가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섰다’는 거짓 기사를 냈다. 국내 한 언론사가 ‘순진하게’ 그대로 인용해 오보를 내기도 했다.

요즘 세계 각국에서 ‘가짜 뉴스(fake news)’가 기승을 부린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진짜인 것처럼 정리한 기사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론 기사인 양 유통된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가짜 뉴스의 유통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허위 사실이 SNS를 타고 다수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독자와 유머를 나누는 언론의 만우절 오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원재연 국제부장
가짜 뉴스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난 까닭이다.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대선 기간 페이스북에서 인기 있었던 가짜 뉴스 20건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힐러리가 IS와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다”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 전 3개월 동안 인터넷에서 공유된 가짜 뉴스는 871만건으로 전통 미디어의 진짜 뉴스 공유 횟수인 736만건보다 훨씬 많았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선거 이후에도 가짜 뉴스의 배경과 여론 왜곡 여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도 좌불안석이다. 러시아가 가짜 뉴스로 선거에 개입할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 개발과 포인터 인스티튜트의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메신저를 통한 뉴스 공유는 제대로 걸러내기가 어려워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가짜 뉴스 문제는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도전은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는 뉴스를 인용해 반 전 총장의 출마를 비판했다가 이 뉴스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짜 뉴스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가짜 뉴스가 생산·유포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폐해는 크다. 언론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 전반의 갈등지수를 높일 수 있다. 생각이 다른 집단을 극단주의로 몰아갈 위험성도 크다.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가짜 뉴스를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언론과 SNS는 가짜 뉴스가 생산·유포되지 않도록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보 이용자의 자세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소용이 없다.

원재연 국제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