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총장은 당시 K재단 감사로 내정된 지 얼마 안돼 최순실씨의 지시로 재무이사를 맡았고 이후 안 전 수석과 통화에서 ‘K재단 일을 지시하는 여자 분이 시켰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그 여자가 누구냐’고 되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정 전 총장은 안 전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씨를 염두에 두고 ‘K재단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지시하는 여자 분’ 이야기를 꺼냈으나 안 전 수석은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만 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이런 반응이 최씨의 존재와 국정농단을 알고 있었던 그가 최씨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실제 검찰이 최근 법정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재단 이사장의 지난해 10월13일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두 사람은 K재단 통폐합 문제를 논의하며 최씨를 의미하는 ‘최 여사’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에서 “정 이사장이 ‘최 여사’라고 해 나도 같은 말을 썼을 뿐”이라는 식의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최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줄곧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한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는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삼성 건(件) 완료. 최’라고 적힌 메시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지시만 따랐을 뿐’이라는 안 전 수석의 주장과 달리 그가 최씨와 사전에 알았고 국정농단 과정에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범행의 고의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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