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이재용 영장 앞에 멈춰선 특검의 기업 수사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7-01-20 01:02:00 수정 : 2017-01-19 23:30: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가 18시간의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조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로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회장의 뇌물 및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부정 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촛불 민심에 힘입어 거침없이 질주해 온 특검 수사에 급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특검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출연, 최순실씨 모녀 소유 법인과 213억원 지원 계약,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 대한 16억원 송금이 모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있다고 봤다. 이 부회장 측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합병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합병보다 보름이나 늦어 대가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특검이 합병 전 모종의 합병 찬성 약속에 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적 공동체’로 본 특검팀 논리도 법리적으로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검찰도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다가 끝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 등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뇌물죄 프레임을 정해놓고 수사했다는 의구심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특검 현판식을 내걸면서 바로 국민연금 압수수색부터 나서고, 뇌물 수혜자인 박 대통령 조사도 없이 “강압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주장하는 공여자에 대해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 한국적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승마 지원이 왜 더디냐”는 질책성 얘기를 듣고 버틸 재간이 있는 기업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안 주면 안 줬다고, 주면 줬다고 기업 패는 상황”이라는 재계의 한탄이 왜 나왔는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특검은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오로지 사실만을 바라보고 수사하겠다”던 다짐에 충실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정농단의 실체를 규명해 가는 특검 수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만 그것은 민심이 아니라 증거와 사실관계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기업 수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다른 사건보다 크기 때문이다. 재계도 기업이 무조건 피해자라는 사실만 강조해선 곤란하다. 구시대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자면 정치권력 못지않게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