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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톡戰]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기 불황…점집만 호황?

입력 : 2017-01-21 13:00:00 수정 : 2017-01-19 18: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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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불안하면 평소 믿지 않던 종교·점(占)·사주 등에 갑자기 의지한다.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정과 비슷한 것이다.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되는 듯 하다."(40대 직장인 A씨)

"아무리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지만, 지푸라기에 헛돈 쓰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 사먹고, 좋은 음악 들으면서 산책 등 기분 전환하는 게 낫지 않을까?"(30대 주부 B씨)

최근 국정혼란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떨치기 위해 점집 등을 찾아 심리적 위안을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 탓에 절대적인 힘에 의존하려는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용하다'는 점집, 대부분 예약자로 운영…문전성시 이룬다

서울에서 이른바 '용하다'는 점집은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될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용하다'는 소문이 나면 비싼 복채에도 예약이 취소되는 시간대를 마냥 기다렸다가 점을 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영업자 김모(42)씨는 "사업이 잘 안 되는데 대출이자와 직원들 월급은 매달 나가고 있어 갑갑한 마음에 한번 점집을 찾았다"며 "점쟁이가 나름 만족할만한 대책을 제시해줘서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타로 카페가 몰린 서울의 한 대학가 주변에는 미래가 궁금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점집과 역술원 등이 부담스럽거나 꺼려지는 젊은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행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수년간 준비하고 있는데도 잘 안 풀려 언제 합격할지 궁금해 타로 카페를 찾았다"며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입장에서 비교적 가격도 저렴해 이곳을 찾게 됐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모(38·여)씨는 최근 잇단 불행에 개명(改名)을 결심했다. 남편과의 불화로 6년간 별거하다가 최근 이혼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름부터 바꾼 것이다.

이 작명소는 이름을 바꾸려는 고객이 매년 20%씩 늘고 있다. 개명 고객의 70%가량이 30세 이상으로, 이혼과 사업실패 등 경제난이 주요 이유다.

◆이혼, 사업실패 등 경제난…"이름 바꾸면 운명도 바뀔까?"

이들은 자신이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 없으니 이름이라도 바꾸면 운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경제난까지 맞물려 개명에 나선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처럼 점집 등을 찾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가 맞아떨어지면 안정을 찾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 때문이 아니라 외적인 요인으로 결과가 달라지면 굉장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른바 '가짜 약 효과'처럼 막연한 희망이라도 얻고자 점집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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