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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판타지·로맨스 드라마 리얼리티 살린 스크린 애국심 고취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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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1 20:00:00 수정 : 2017-01-21 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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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태극기 휘날리며 등/ 희생·전우애 느끼며 공감대 형성/ 높은 시청률·1000만 관객 동원/
군 당국, 제작계획 내부심의 거쳐/ 고가 장비 촬영 지원 사실성 살려
군 사건사고 발생 땐 이미지 실추/"군대 미화" 폐지론 등 여론도 악화/"선진 병영문화 정착돼야 신뢰 얻어"
“자기 마음 들켜서 졌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그래봤자 내가 더 좋아하니까.”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강모연(송혜교 분)에게 던진 말이다. 말투는 딱딱한 군대식 다나까 식이지만 그 내용은 여심(女心)을 사르르 녹이는 솜사탕처럼 달곰하다.

반면 영화 연평해전에서는 한상국 하사(진구 분)가 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외친 “난 배를 살릴 테니 너는 사람들을 살려”라는 대사에선 희생정신과 전우애가 물씬 풍긴다. 서로 다른 형식과 장르이지만 군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대중의 ‘군대 소비’…판타지 vs 리얼리즘


태양의 후예는 군인에 대한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작품이다. 가장 멋지고 잘생긴 군인이 등장해 군대에 대한 환상을 끌어올리면 시청자들은 열광하며 TV 앞으로 모여든다. 강모연이 유시진 대위에게 “내가 본 모든 순간 잘생겼어요”라고 할 만큼 생사의 기로에서도 잘생김은 전부가 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유 대위의 얼굴은 뽀얗다. 부하들은 까맣게 그을린 채 웃통을 벗고 식스팩을 드러낸 채 구보에 나선다.

서대영 상사(진구 분)는 유 대위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브로맨스(남자끼리의 매우 친밀한 관계)를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남녀 주인공인 유 대위와 강모연의 로맨스는 드라마 전반을 관통한다. 판타지와 로맨스가 결합한 서사 구조는 드라마 창공(1995), 신고합니다(1996), 태양 속으로(2003) 등 군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에서 이미 검증된 흥행공식이다. 시간이 지나도 군대 드라마나는 줄거리가 늘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오랜 기간 대중의 여가생활을 책임졌던 영화는 드라마와는 달리 실화를 통해 현실성을 높여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는 6·25전쟁과 국방부 유해발굴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군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드라마와는 달리 현실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로는 막대한 제작비, 영화 소비 구조 특성 등이 꼽힌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철저한 고증과 탄탄한 줄거리를 갖춘 외국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군 관련 영화를 만들려면 막대한 지출이 불가피하다. 제작사가 제작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얻으려면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전쟁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가 효과적이다.

가족애와 전우애, 희생, 애국심 등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설치하면 대중의 공감대를 더욱 높여 관객몰이를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장치는 때로 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봉 직후 애국·보수 코드 논란에 휩싸였던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소위 좌편향 영화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홍역을 치렀다.

영화 연평해전
◆ 군, TV 영화로 이미지 개선 효과 노려


군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사실성을 높이면서 고가의 군 장비를 촬영에 동원하려면 군 당국의 지원이 필수다. 군 당국은 군의 대국민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작자가 작품 제목과 내용, 의도, 제작시기, 지원이 필요한 사항 등 전반적인 제작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군 당국은 내부 심의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작품, 군 임무수행을 저해하는 작품은 심의에서 탈락한다.

지원 대상에 선정된 작품은 군사작전과 훈련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병력, 장비, 시설 등을 지원받는다. 영화 연평해전과 리턴 투 베이스(2012),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2013~2016) 등은 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된 대표적 사례다. 육군 관계자는 “영상물 제작을 지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해 친근하고 믿음직한 군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미군도 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고 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해 모병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방송 영화를 통한 군 이미지 개선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이 군부대에 3박4일∼5박6일씩 머물며 장병과 함께 생활하는 진짜사나이는 부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군의 통제에 따라 촬영을 진행해 낯설고 특수한 환경에서 처한 출연자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공감을 끌어냈다. 그러다 2014년 28사단 윤일병 집단 폭행사망사건과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자 “군대를 미화한다”며 폐지론에 시달렸다.

군 관계자는 “TV나 영화를 통해 군의 이미지를 좋게 해도 일선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선진 병영문화가 정착되어야 국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군의 모습을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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