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지하철 수내역 인근 육교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안내견 후보견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아름 훈련사와 도담, 신규돌 훈련사와 마루, 이진용 훈련사와 길벗. 성남=남정탁 기자 |
“우리도 후보견들도 훈련 과정을 ‘놀이’로 생각합니다.”
21년차 베테랑인 신규돌(47) 훈련사는 후보견들이 받는 훈련이 단순한 교육이 아닌 놀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으로 보행하고 계단이 나타나면 멈춰서는 등 기본을 익히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 훈련사는 마루에게 “그렇지”, “잘했어”와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마다 마루는 검고 큰 눈망울로 신 훈련사를 쳐다보고 꼬리를 마구 흔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신 훈련사는 “잘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고 간식을 주면 후보견들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며 “칭찬으로 성장하는 후보견들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칭찬 못지않게 교감도 훈련의 중요한 요소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훈련사 총 3명이 맡고 있는 후보견은 각 6마리. 훈련사는 주중에 매일 한 시간씩 진행되는 훈련 외에도 후보견들의 식사, 목욕 등을 챙기며 진정한 교감을 나눈다.
훈련사들은 이 과정을 거쳐 파악한 후보견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훈련 과정을 만든다. 학습의 속도나 성격, 좋아하는 것이 많이 달라 맞춤형 훈련을 실시하는 것. 실제로 이날 길벗과 도담, 마루는 10~20분간 같이 훈련한 뒤 맞춤형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삼성화재가 용인 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 중인 이 학교의 안내견은 모두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안내견은 말을 잘 들으며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위탁되기에 충성심이 너무 강하면 안 되는데, 이 같은 조건에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전 세계 안내견의 90%를 차지하는 이유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지하철 수내역 인근 육교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와 안내견 후보견들이 육교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성남=남정탁 기자 |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1993년 문을 연 이래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며 “학교가 20여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후보견이 학교에서 지내며 훈련하는 기간은 6~8개월 정도다. 이에 앞서 예비 후보견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되기 전, 위탁 가정에 1년간 맡겨지는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거친다.
퍼피워킹은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다. 퍼피워킹에 참여하는 ‘퍼피워커’는 예비 후보견이 초인종 소리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는 것 등을 가르치고 백화점과 지하철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신규돌 훈련사는 “개의 평균 수명은 보통 15년인데, 안내견은 이보다 14개월 정도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안내견이 사람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사회화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내견학교를 찾는 자원봉사자들도 큰 힘이다. 후보견들은 훈련이 없는 주말만큼은 다른 반려동물처럼 자원봉사자들과 뛰어놀면서 휴식을 취한다.
안내견 훈련사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과 자활을 돕는 안내견은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내견이 짖지 않는 건 성대 수술 때문’이란 식의 불필요한 오해를 갖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그간 안내견 193마리를 배출,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기증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내년에 25돌을 맞는다. 현재 이 학교 출신인 안내견 59마리가 시각장애인 59명의 눈이 돼 주고 있다.
성남=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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