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극단 공상집단뚱딴지를 꾸려온 문삼화(오른쪽) 연출과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연출은 “극단 대표라는 직함이 힘들긴 하다”며 “극단의 방향, 배우들의 미래까지 신경쓸 게 많은데 술도 항상 우리가 사야 한다”고 농반진반으로 푸념했다. 이재문 기자 |
“영상이 아닌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공연을 하자. 그래서 늘 다양한 형식을 고민해 왔어요.”(민준호)
문 연출은 2003년 극단 유에 합류하며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28살에 직장에서 뛰쳐나온 지 5년 만이었다. ‘뚱딴지’로 독립한 건 2009년이다. 문 연출은 “이름을 뭘로 할까 생각하니 바로 ‘뚱딴지’가 떠올랐다”며 “뚱딴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05년 한예종에서 강사와 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연출가전에서도 연이어 상을 받았다. 문 연출은 2004년, 민 연출은 2005년 수상했다.
“전부터 ‘간다’를 봐왔는데 굉장히 다른 색·에너지로 움직여 놀랐어요. 끊임없이 쿵작쿵작, 부지런히 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거겠죠. 어쩌면 분노할 게 많은지도 몰라요. 이게 창작의 핵심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라이브라는 걸 빼면 연극이 영상매체를 넘어서는 점이 없어요. 그러니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죠.”(문삼화)
“‘우리 모두 천하의 개잡x들이다, 다들 굴절되고 왜곡돼 있다’고 이 작품을 해석해서 연출했어요. 요새 시국이 x판이잖아요. 사실 권력자의 부패는 늘 존재해왔어요. 이게 인간의 민낯이자 추한 욕망이죠. 이를 까발리고 싶었어요. 요새 정치판과 비슷해요. 결국 다 자멸하는 거죠.”(문삼화)
“저희도 비슷해요. 토론회에서 지적·논리적으로 말한다고 대단한 진리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가만히 보면, 그냥 싫을 뿐이에요. 정치 토론과 똑같아요. 그냥 싸우는 거죠. 인류가 반성할 때가 아닌가 생각돼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뚱딴지’와 우리는 같은 생각을 다른 양식과 이야기로 만든 것 같아요.”(민준호)
‘지금 한국사회’라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연극인에게 정부 지원은 양날의 검과 비슷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지만, 정부 지원은 언제나 검열 가능성을 내포한다.
“정부 지원은 당연히 있어야 해요. 연극이 앞으로 더 위기에 몰릴 거예요. 하지만 연극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문화로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해요. 모든 문화를 스마트폰으로 즐길 거냐고요. 공연예술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해요. 육체를 통해 전해지는 예술이 공존할 때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이 달라진다고 봐요. 저희 역시 무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을 어떻게든 전달하는 게 의무죠.”(민준호)
“저희는 지난해 정부 검열에 항의하는 연극인들의 ‘권리장전’에 참여했어요. 그런데도 문예위 지원에 뽑혔죠. ‘블랙리스트’가 권력의 입맛대로 안 돌아간 이유는 심사위원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에요.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돼요.”(문삼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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