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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갈등 극복하려면 마음의 항체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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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2 21:24:12 수정 : 2017-01-22 21: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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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해결 가장 성숙한 방법은 사전 경험
부정적 사태 예상하고 예방주사 맞기를
가끔 제자들이 주례를 부탁한다. 물론 처음에는 더 좋은 주례자가 있는지 찾아보라는 말로 간곡히 거절한다. 하지만 피치 못해 주례를 서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주례를 서기 전에 미리 예비부부를 만나게 된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이 남자(혹은 여자)와 결혼하면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일 것 같으냐”이다. 처음 이 질문을 받으면 대개 예비 신랑신부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해서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란 말인가.

아무리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은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결혼생활은 현실이기에 당연히 갈등이 있고 싸움이 있게 마련이다. 30년 가까이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성장했으니 가치관도 다르고 성별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갈등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성숙한 방법은 그 어려움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해결 방법을 ‘예상’이라고 부른다. 예상은 말 그대로 앞으로 닥칠 심리적 불편함을 미리 정서적으로 경험해 실제 그 사건이 닥쳤을 때 그 부정적 영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예상은 ‘예방주사’와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에 다양한 항체를 키워놓는다면 막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겨나갈 수 있다.

“이 남자(혹은 여자)와 결혼하면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일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하는 의도는 결혼 후 맞닥뜨릴 어려움을 예상해보라는 것이다. 이때 예상되는 어려움을 또박또박 대답하는 쌍도 있고, 전혀 없을 것 같다고 장담하는 쌍도 있다. 어느 쌍이 결혼 후 더 행복하게 살까. 당연히 전자의 경우가 결혼생활을 더 잘해 나간다. 왜냐하면 어려움을 예상하는 과정에서 항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비단 결혼생활에만 ‘예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대개의 부모들은 “걱정하지 마라. 닥치면 다 할 수 있는 거니까”라고 말하면서 위안을 하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아들이 걱정을 멈출 수 있을까. 이 말을 하는 부모 자신도 계속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오히려 입대한 후 경험하게 될 부정적 사태를 예상하게 하고 마음의 예방주사를 맞히면 어떨까. “군대 가면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 것 같으냐.” 당황하거나 머뭇거리면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억지로라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것이 군대 생활을 대신 해줄 수 없는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해결 방안까지 예상해보게 하면 군대 생활에 훨씬 잘 적응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예상이다. 반대로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지레 걱정하는 것은 ‘기우’이다. 말 그대로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쓸데없다’는 말은 ‘쓸데’ 즉 쓰일 데, 다시 말하면 사용할 데가 없는 걱정이라는 뜻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팔자고 병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만남과풀림 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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