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후자산에 대한 질문에는 23년 전 미국 재무관리사 윌리엄 벤젠이 고안한 ‘4%의 법칙’이 가장 일반적인 답변이었다. 이 법칙은 은퇴 첫해 노후자산의 4%만 인출하게 되면 노후자산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은퇴자금 승수’라는 노후자금 계산식을 제안한다. 은퇴자금 승수는 월 노후생활비의 배수로 예를 들어 10승수는 월 생활비의 10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은퇴자금 승수는 ‘일시금 승수’와 ‘월적립 승수’로 나뉜다. 일시금 승수는 노후준비에 필요한 일시금 은퇴자금 또는 현재 보유한 은퇴자금으로 매월 인출 가능한 생활비 계산에 활용하는 계산값이다. 월적립 승수는 은퇴 시까지 노후 자금을 적립할 경우 월 저축액을 계산할 때 필요한 생활비에 곱하는 배수다. 예를 들어 30년(360개월)치 노후자금에 대한 계산을 할 경우 월 생활비의 360배를 곱해야 하지만 여기에 각기 다른 노후기간, 물가상승률, 노후자산 수익률을 등을 고려해 만들어낸 값이 은퇴자금 승수다.
2013년 노후보장패널 조사 결과 60세 이상 부부의 월 평균 필요생활비는 225만원이다. 노씨 부부에게 추가로 필요한 월 생활비는 137만원(필요생활비=월 생활비-국민연금액)이다. 그에게 필요한 총 은퇴자금은 여기에 일시금 승수 300을 곱한 4억1100만원(은퇴자금=월생활비×일시금 승수)이 된다. 일시금 승수는 남은 노후기간(30년), 물가상승률(연 2%), 노후자산 수익률(연 5%)을 감안한 ‘은퇴자금 일시금 승수표’를 참고하면 된다. 노씨 부부에게 추가로 필요한 노후자금은 1억6100만원이다. 은퇴자금 4억1000만원에서 보유자산 2억5000만원을 뺀 금액이다.
노씨가 지금 바로 은퇴할 경우에는 매달 얼마의 생활비를 써야 30년을 보낼 수 있을까. 우선 보유자산 2억5000만원을 일시금 승수 300으로 나누면 월 83만원(인출생활비=보유자산÷일시금 승수)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령액을 더하면 매달 생활비는 171만원(확보한 생활비=인출생활비+국민연금액)이 확보된다. 만약 노씨가 은퇴를 5년 더 늦춰서 65세에 은퇴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현재 88만원인 국민연금은 5년 뒤부터 받을 경우 연 7.2%씩 총 36%가 늘어난 월 119만원을 받을 수 있다. 노후 적정생활비 225만원보다 106만원이 모자란 금액이다.
필요생활비 106만원에 노후기간이 5년 줄어든 데 따라 변경된 일시금 승수(250)와 물가조정지수 1.1을 곱하면 은퇴자금은 3억원(5년 후 은퇴자금=필요생활비×일시금승수×물가조정지수)으로 낮아진다. 그렇다면 노씨 부부가 마련해야 할 추가 은퇴자금은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바로 은퇴할 경우 필요했던 자금 1억6000만원 보다 대폭 줄어든 금액이다.
만약 노씨가 30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고 가정하면 매달 얼마씩을 모아야 했을까. 이를 계산할 때는 은퇴자금 월적립 승수를 활용하면 된다. 현재 노씨가 30세 직장인이라면 노후에 매달 137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월적립 승수 0.7을 곱한 96만원(월적립액=필요생활비×월적립 승수)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전체 일시금·월적립 승수표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홈페이지 연구보고서 항목에 올라온 ‘은퇴자금 승수로 알아보는 나의 은퇴자금 계산법’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후준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자금과 매달 지출할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늘리면 필요 은퇴자금이나 월적립액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또 은퇴를 늦추면 그만큼 은퇴자금 승수도 작아지기 때문에 은퇴준비를 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저축과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할수록 그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다만 은퇴 후 무리하게 목표수익률을 높일 경우 은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산가치 변동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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