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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녀 돌보듯 안전규제 개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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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22:16:47 수정 : 2017-01-24 22: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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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민 안전관리 상황보고 아침 회의를 마치고 가까운 세종호수공원에 잠시 나가 보았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덕분인지 여기저기 산책을 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늘 그렇듯이, 부모들은 밖에 나온 것이 마냥 신이 난 어린 아이들의 뒤에서 항상 “○○야,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너무 뛰어다니지 마. 넘어진다”라고 걱정한다. 엄마, 아빠들의 유일한 관심은 아이들의 안전이다.

‘~하지 마라’, ‘~은 지켜라’ 등의 말은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고 자란 것이면서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지켜준 말들이다. 마찬가지로 안전 관련 규제들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필수적 요소들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그렇다고 안전과 행복에 필요하다고 해서 ‘강제’와 ‘금지’ 일변도로 간다면 아이가 부담을 못이겨 일탈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제에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주역 절괘에 ‘고절(苦節)이면 불가정(不可貞)’이라는 말이 있다. 예절 지키는 것을 고통스럽게 만들면 참아내지 못한다는 의미로, 잘못된 규제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종종 인용된다.

전국의 현장을 다녀보니 중앙에서 입안한 규제들이 기업이나 국민에게는 합리적인 기준을 넘어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규제대상이 영세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에는 해당 규제를 원점에서 분석해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기준만 남겨두고 과감히 개선하는 전향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축사에서 화재발생 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비상대피로 설치 등 규제를 강화했다가 사람 왕래가 드문 축사의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설비로 최소화시켜 완화한 것이나 공사장 화재안전을 위해 비상소화설비를 두도록 한 거리를 현장 인부들의 동선에 맞게 완화한 것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안전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면 다른 합리적 방법도 찾아보고 함께 활용하는 지혜가 자녀양육이나 규제개혁 모두에 똑같이 필요하다. 부모나 국가가 자녀나 국민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 주는 방법도 그중 하나이다. 이를 규제개혁에 적용하면 안전점검이나 교육을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반도체공장 등 특수환경에서는 일반소화전과 미분무소화전을 택일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위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추세에 뒤지지 않도록 눈높이를 맞춰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기술이 접목된 안전제품은 하루빨리 시장에 진입해 현장에서 활용돼야 한다. 새로운 형식승인이나 검사 기준을 제때 도입해 인증을 통해 제품안전과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규제에서 ‘규(規)’ 자를 한자로 풀어보면 성인으로서의 견문을 갖춘 사람(夫)이 바라 볼(見) 정도의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규제는 입안하는 순간부터 전문성과 책임감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으로 안전과 관련된 규제도 국민들이 안전한 나라, 행복한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개혁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 본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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