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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전 읽고 인의예지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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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6 01:27:08 수정 : 2017-01-26 0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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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필자는 대한제국의 군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예관 신규식 선생께서 나라를 잃고 부르짖은 절규를 곱씹어볼 때가 많다.

“백산(白山·북악산)에 이는 바람 천지도 시름 짓고 … 어두운 이 밤은 언제나 새이려나. … 오천년의 옛 나라가 짓밟혀 조그만 고을이 되고 삼천만의 백성이 떨어져 노예가 되다니, 아아, 슬프다. 우리나라는 망하였구나. 우리들은 길이 망국의 백성이 된단 말인가?”(‘한국혼’)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문화평론가
지정학적 요인과 당시의 국제정세가 우리로서는 감당 못할 방향으로 흐른 것이 원인일 수 있겠지만, 나라를 빼앗긴 우리 스스로는 과연 뼈아프게 자성해야 할 잘못은 없었던 것일까. 지금의 국제정세와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남탓만 하는 우리 자신의 행태도 그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필자가 예관 선생의 절규를 곱씹는 이유다.

중국 명말(明末) 홍자성의 저술로 알려진 ‘채근담’에는 “남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할지나 자기 잘못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나라 관중의 저술로 알려진 ‘관자’에는 “예의염치(禮義廉恥)는 나라의 네 가지 근본이며, 이 사유가 허물어지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했다. ‘예’는 사람이 지켜야 할 법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며, ‘의’는 자기 욕심에 얽매임 없이 올바르게 행하려는 자세다. ‘염’은 사악함을 몰래 감추지 않는 마음이요, ‘치’는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수천년 전통인 선비정신이 잊혀진 시대다. 전철에서는 나이 드신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어린아이나 임신부를 위해 자리를 내주는 어른도 찾아볼 수 없다. 게임에만 열중하는 젊은이들에게서는 공손함이나 의로움을 찾아보기 힘들며, 전철 안에서 자리가 나기 무섭게 노인을 젖히고 자리를 차지하는 중년들은 염치도 없다.

필자는 누구보다 어른을 공경하고 젊은이를 사랑하던 우리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인문학 교육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인문학을 ‘휴마니타스(humanities)’라고 하는데, 우리 동양의 주역에서는 시서(詩書)와 예악(예와 음악)을 통한 교화를 ‘인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주나라 문왕의 ‘주역’ 저술은 기원전 1000년보다 더 오래전이니 동양의 인문학 개념은 기원전 55년쯤 로마의 사상가 키케로가 주창한 서양의 ‘humanities’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람다움이 사라져가는 현대사회, 특히 남탓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에서 ‘인의예지(仁義禮智·어질고, 의롭우며,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의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길은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고전을 찾아 읽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에는 고전 읽기를 통해 겸양과 측은지심을 회복하고, 질시와 반목을 벗어나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배려하고 서로 화합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한마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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