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에르마나스미라발주에서 태어난 마르테는 일찌감치 천재적인 야구 재능으로 이름을 날렸다. 불과 16살이던 2000년 당시 최고 수준인 60만달러(약 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성할 정도니 미국 현지가 주목하는 ‘될 성부른 떡잎’이었던 셈이다. 이후 마르테는 마이너리그에서 5년 연속 최고 3루수에 선정되며 특급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2005년에는 마침내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어엿한 메이저리거가 된 마르테는 좌절을 거듭했다. 애틀랜타 주전 3루수였던 치퍼 존스에게 가로막혀 마르테는 출장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2005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다. 불과 한 달 후에 또다시 트레이드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 됐고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2014년까지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9년 동안 마르테의 빅리그 통산 성적은 308경기 타율 0.218 21홈런 99타점. 이듬해 마르테는 KBO리그 신생 구단 케이티의 최초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케이티는 상처 입은 맹수 마르테가 기댈 마지막 보루였던 셈이다.
촉망 받는 ‘야구 천재’에서 낯선 타국의 이름 없는 용병으로 전락한 마르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쓰렸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테가 야구를 대하는 태도는 변함없이 진지했다. 그는 입단 초기 “어디서든 열심히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미국에서 처음 계약했을 당시 신인의 자세로 뛰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하루에 기본 2000개 이상의 배팅 훈련을 거르지 않아 손이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또한 팀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며 수비 동작을 전수하기도 했다.
2015 시즌 타율 0.348 20홈런 89타점으로 맹활약한 마르테는 2016 시즌 막판 허리 부상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는 떠나면서도 자필 편지를 통해 구단과 동료, 팬들에게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길 만큼 팀과 야구를 사랑했다. 작별 순간까지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 마르테를 팬들이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유다.
마르테는 “나는 영웅이 필요해(I need a hero)”로 시작하는 자신의 응원가에 유독 애착이 컸다고 한다. 그는 “팬들이 응원가를 불러줄 때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마르테는 큰 무대에서 명예를 얻는 것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의 ‘영웅’으로 남는 것을 더 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마르테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지만 하늘에서는 못다 핀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길 바라 본다.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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