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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권력에 대한 경고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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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6 20:14:41 수정 : 2017-01-26 20: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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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 …” 정치검사 한강식은 후배 검사 박태수에게 말한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을 휘두르는 왕은 누구일까,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 ‘더 킹’이 화제다. 영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박태수(조인성)는 학창시절 건달 아버지가 검사에게 무릎을 꿇는 것을 본 후 주먹보다 더 중요한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검사가 된다. 그리고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출세 길을 걸으며 대한민국의 왕이 되기를 꿈꾼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더 킹’은 부도덕한 정치검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리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정치검사는 정의를 위해 범죄를 수사하는 일반검사와 달리 부패한 정치권력을 수사하면서 그들과 손잡는다. 정치검사 한강식은 부장검사, 검찰 수뇌부,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감찰이란 무기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필요한 경우는 연예인들의 비리를 들춰 여론을 조작한다. 이러한 방법을 후배 검사 박태수에게 전수하지만 두 정치검사는 서로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이전투구한다. 영화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의 힘의 엔지니어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이러한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어떻게 우롱당하고 있는지도 철저히 깨우쳐준다.

의리는 없고 패거리 문화만 있는 정치검사들의 세계를 비판한다. 정치검사들의 세계에서는 권력만 있고 의리는 없다. 박태수는 고향 친구이자 조폭인 최두일(류준열)과 뜨거운 우정을 지켜 나가지만 결정적인 순간 외면한다. 그러나 최두일은 그의 총알받이가 되어 죽음을 맞는다. 누가 조폭이고 누가 검사인지 모호하게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이 시선을 끈다. “라인만 잘 타면 고생 끝”이라면서 최고의 사법엘리트 정치검사들은 학연을 강조한다. 영화는 출세를 목표로 한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패거리 문화를 꼬집는다.

한재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도 돋보인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진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속도감 있는 편집은 지루할 틈이 없다. 비록 내용은 무겁고 불편하지만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또한 박태수를 통해 제3자에게 이야기하듯이 진행되는 내레이션은 30년의 시간을 압축하고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실제 뉴스 영상을 삽입해 시대상을 그렸고, 한 시대를 풍미한 런던보이스의 ‘할렘 디자이어(Harlem Desire)’와 자자의 ‘버스안에서’, 클론의 ‘난’ 등의 배경음악은 추억을 돋게 한다.

‘검사스럽다’라는 말은 정치검사들의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를 꼬집는 신조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검사들은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부정부패와 싸운다. 나라의 왕인 국민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한 표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력자들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박태수는 진짜 왕인 관객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를 …. ‘최순실 게이트’와 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지금, 영화 ‘더 킹’의 충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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