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조인성)는 학창시절 건달 아버지가 검사에게 무릎을 꿇는 것을 본 후 주먹보다 더 중요한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검사가 된다. 그리고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출세 길을 걸으며 대한민국의 왕이 되기를 꿈꾼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의리는 없고 패거리 문화만 있는 정치검사들의 세계를 비판한다. 정치검사들의 세계에서는 권력만 있고 의리는 없다. 박태수는 고향 친구이자 조폭인 최두일(류준열)과 뜨거운 우정을 지켜 나가지만 결정적인 순간 외면한다. 그러나 최두일은 그의 총알받이가 되어 죽음을 맞는다. 누가 조폭이고 누가 검사인지 모호하게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이 시선을 끈다. “라인만 잘 타면 고생 끝”이라면서 최고의 사법엘리트 정치검사들은 학연을 강조한다. 영화는 출세를 목표로 한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패거리 문화를 꼬집는다.
한재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도 돋보인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진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속도감 있는 편집은 지루할 틈이 없다. 비록 내용은 무겁고 불편하지만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또한 박태수를 통해 제3자에게 이야기하듯이 진행되는 내레이션은 30년의 시간을 압축하고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실제 뉴스 영상을 삽입해 시대상을 그렸고, 한 시대를 풍미한 런던보이스의 ‘할렘 디자이어(Harlem Desire)’와 자자의 ‘버스안에서’, 클론의 ‘난’ 등의 배경음악은 추억을 돋게 한다.
‘검사스럽다’라는 말은 정치검사들의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를 꼬집는 신조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검사들은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부정부패와 싸운다. 나라의 왕인 국민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한 표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력자들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박태수는 진짜 왕인 관객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를 …. ‘최순실 게이트’와 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지금, 영화 ‘더 킹’의 충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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