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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수능보다 어려운 와인 어떻게 고를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1-29 16:19:35 수정 : 2017-01-30 0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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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수상 와인 한국을 찾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 도대체 어떤 와인을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기초적인 와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와인 선택은 수학능력시험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진다. 와인샵이나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들 속에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실패 확률이 적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도 와인 초년병 시절에 와인 1병을 고르기 위해 마트에서 몇십분동안이나 와인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 경험이 있다.

와인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선 포도 품종이 너무 다양하다. 대표적인 레드품종만 따져봐도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피노누아와 이탈리아 대표 품종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호주의 쉬라즈(프랑스에서는 시라), 아르헨티나의 말벡, 스페인의 템프라니요, 가르나차(그르나슈) 등 알아야 할 품종이 너무나 많다. 이탈리아, 그리스의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자생 품종이 300개를 넘는다. 화이트 품종도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 블랑, 세미용, 피노 그리지오, 게부르츠트라미너, 슈냉 블랑, 비오니에, 무스캇, 피노블랑 등등 끝이없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포도품종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실 품종을 알지 못하면 와인을 선택하기 매우 어렵다.

이게 다가 아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나라에 따라 맛과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맛이 다르고 심지어 같은 지역이라도 생산자에 따라 다 스타일이 다르다. 같은 생산자가 만드는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이 조합을 다 따져보면 무한대에 가까운 와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웬만큼 와인을 마셔보지 않고서야 와인 고르기란 여전히 큰 숙제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세계적인 와인경진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와인중 자기가 좋아하는 품종을 위주로 고르는 것이다. 전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참여해 엄격한 테이스팅과 심사를 통해 점수를 매긴 이 와인들은 이미 검증된 와인이라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수 있다.  특히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는 배제하기 때문에 특정 심사위원의 개인적인 호불호에 영향받지 않고 비교적 공정한 점수가 매겨진다.

전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와인 경진대회는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selles·CMB), 비날리 국제전(Vinalies Internationals),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Competition, IWSC),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등이다. 이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와인들은 그 품질이 인정된 만큼 소비자들은 이 와인들을 선택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적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2016 로고
이중 올해 23주년을 맞는 CMB는 매년 약 50개국에서 9000개가 넘는 샘플이 출품되는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있는 와인경진대회다. 1994년에 벨기에에서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Wine and Spirits Journalists and Writers)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에 의해 시작됐다.  2006년도부터 매년 개최지가 바뀌는데 그동안 리스본(포르투갈), 마스트리트(네덜란드), 보르도(프랑스), 발렌시아(스페인), 팔레르모(이탈리아),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기마레스(포르투갈), 브라티스라바(슬로바키아), 베니스(이탈리아), 플로프디프(불가리아)에서 열렸다. 올해는 발라돌리드(스페인)에서 열린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2016 심사 현장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2016 심사 현장
심사위원단은 320명정도 규모로 와인전문기자, 각국 소믈리에 협회장, 세계에 300명뿐인 마스터 오브 와인(MW), 네고시앙과 수입전문업자 등 50여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로 구성된다. 특히 CMB는 심사위원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첫 와인경진대회로 매 대회때마다 심사위원의 자질을 평가해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해 대회때 심사위원에서 배제된다. 심사위원의 자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같은 와인을 두번 내놓는데 같은 심사위원의 두차례 평가 점수가 너무 현격하게 차이나면 그 심사위원은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 그만큼 전문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만큼 CMB 메달 수상 와인은 품질이 보증되는 셈이다.
콩쿠르 몽디알 브뤼셀 최고 메달인 그랑골드
CMB를 비롯한 세계적인 와인경진대회는 국제와인기구(OIV)와 세계양조가협회(UIOE) 등의 엄격한 품평 규정을 따른다. 브랜드나 산지에 따른 편견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모든 심사는 블라인드로 진행된다. 또 심사위원들이 하루에 품평 가능한 와인 수가 제한된다. 테이스팅 공간 조명, 실내 및 와인 온도 등도 지정된 수치에 따라 설정된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CMB 메달 수상 와인들
이런 CMB에서 메달을 받은 와인들이 최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CMB 와인들은 앞으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고르는 좋은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소비자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와인바, 와인샵 등 와인 판매 관계자들도 손님의 와인 선택을 돕는 유용한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와인 심사방법을 설명하는 홍미연 심사위원
JW메리어트 동대문  BLT 스테이크에서 열린 CMB 아시아 투어 행사에는 한국인 최초로 CMB 심사위원으로 7년째 활약중인 홍미연 심사위원과 CMB에서 상을 받은 와이너리 5곳의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CMB와 와인들을 직접 소개했다. 참여 와이너리는 스페인 마틴 팍소 와이너리(Martin Faixo Winery), 스페인 보데가 코랄(Bodegas Corral), 스페인 보데가 윤테로(Bodegas Yuntero), 불가리아 도멘 보야르 인터내셔널(Domaine Boyar International), 레바논 샤토 나카드(Chateau Nakad)다. 특히 불가리아와 레바논 와인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와인들이라 이날 시음행사에 참석한 와인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CMB의 엄격한 심사과정과  메달을 받은 와인들이 이후 글로벌 와인시장에서 얼마나 좋은 가를 받으면서 매출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지 소개됐다.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콩구르 몽디알 드 브뤼셀 메달 수상 와인 테이스팅 현장
홍미연 심사위원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살때 참고하는 기준의 하나가 해외 와인 품평회 수상내역이나 유명와인 평론가의 점수”라며 “와인을 구입할때 소믈리에와 같은 와인 전문가에게 매번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와인을 선택하고 구매 할 수 가장 좋은 선택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 팍소

CMB 그랑골드를 받은 마틱 팍소 페라피타
마틴 팍소 MF 셀라 카닥
마틴 팍소는 2000년 세워진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팍소 가족이 화가 달리의 고향으로 유명한 스페인 카달루냐 지역의 지중해 휴양도시 까다케스(Cadaques)의 버려진 포도 농장을 구입해 와인을 빚기 시작했다. 레드 와인 카닥(Cadac), 페라피타(Perafita)와 화이트 피카폴(Picapoll)이 대표와인이다. Perafita라는 와인의 이름은 14세기 농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점판암 지역에 포도밭 11ha헥타르를 보유하고 있고 연간 생산량은 3만5000병 정도다. 페라피타 2010이 CMB 2016에서 최고의 영예인 그랑골드를 받았다. 카달루냐 엠포라에서 빚는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가르나차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스파이시함과 신선한 야생 붉은 과일의 아로마 신선하고 미네랄 좋다. 피니시는 길게 이어진다. 마틴 팍소 MF 셀라 카닥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가르나차를 블렌딩했다.

스페인 와인 MF셀러 CADAC을 소개하는 Martín Faixó Winery의 Georgina Martín Faixó(오른쪽) 등 관계자들
■보데가 코랄

보데가 코랄은 스페인의 유명 와인산지 리오하(Rioja)의 중심에 있다. 보데가 코랄은 카를로스 전쟁 이후인 1898년에 사투니노 다로카(Saturnino Daroca) 설립한 와이너리로 120년에 가까운 유서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보데가 코랄(Bodegas Corral) 와인들을 소개하는 오너 Javier Martinez Blanco.
산티아고 순례자길 중 ‘루타 하코베아(Ruta Jacobea)’에 있는 리오하의 유일한 와이너리로 평생을 리오하에서 와인을 양조한 오너 자비에르 마르티네즈 블랑코(Javier Martinez Blanco)가 직접 양조를 하고 있다. 

보데가 코랄의 대표 와인 돈 하꼬보(Don Jacobo)은 바로 이 순례자길 이름에서 가져왔다. 하꼬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된 예수의 12제자중 한명 야고보 성인을 뜻한다. 보데가스 코랄이 소유한 포도밭 규모는 40ha이며 와이너리 주변 최상급 포도밭에서 100만kg을 구매해 와인을 빚고 있다. 리오하에서는 최고급 포도가 생산된 리오하 알타(Alta)의 포도를 사용한다. 모던하면서 과일향이 풍부하고 오크숙성에서 오는 섬세한 바닐라향과 과일향의 밸런스가 잘 어우러진 스타일의 와인을 빚는다.

돈 하꼬보 리제르바
돈 하꼬보 리제르바 2010(Don Jacobo Reserva 2010)은 템프라니오 90%, 가르나차 10%로 CMB 골드메달을 받았다. 스파이시함과 함께 숙성된 우아한 과일향, 부드러운 오크 뉘앙스가 느껴지고 과일향과 잘 조화되는 탄닌은 입에서 매우 부드럽다.

돈 하꼬보 크리안자 2012(Don Jacobo Crianza 2012)는 템프라니요 85%, 가르나차 1%, 마수엘로, 그라시아노 5%다. CMB 실버메달을 받았다. 붉은 과일과 감초, 오크 숙성에서 오는 가벼운 스파이시와 바닐라향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탄닌과 좋은 구조감을 지녔고 피니시도 길게 이어진다. 

비네 루츠 가르나차 2104(Vine Roots Garnacha 2014)는 가르나차 100%로 CMB 실버메달을 받았다. 강렬한 과일향과 둥글둥글하면서 매끈한 탄닌이 특징이다. 육류와 구운 생선, 숙성된 치즈나 넛트류와 잘 어울린다.

■샤토 나카드(Chateau Nakad)

레바논 와인 샤토 나카드 Chateau Nakad를 이끄는 오너 Lara Mariam Nakad
1923년 가업으로 설립된 이래 최고 품질의 와인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레바논 부띠끄 와이너리다. 레바논은 기원전 7000년경부터 와인양조가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중 한 곳이다.

샤토 나카드 샤토 데 꼬뜨 2011
샤토 데 꼬뜨 2011(Chateau des Coteaux 2011)은 카베르네 소비농과 시라를 블렌딩했다. 레바논의 유명 와인생산지인 해발 1000m 고도에 있는 베카 밸리(Bekaa Valley)에서 빚는 와인으로 CMB 골드메달을 받았다. 12개월 오크 숙성한다.

샤토 나카드 프레스티지 데 꼬뜨 2013
프레스티지 데 꼬뜨 2013(Prestige des Coteaux 2013)은 카베르네 소비농, 시라, 메를로를 섞은 와인으로 CMB 실버메달을 받았다. 오크향, 오디, 다크 체리, 스파이스 등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중동 와인이다.

■보데가 윤테로 (Bodegas Yuntero)

보데가 윤테로 에필로고 로블 2014
1954년 포도재배자 102명이 모여 ‘Jesús del Perdón Cooperative - Bodegas Yuntero’를 설립했다. 현재는 800여명의 포도배재바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와너리다.  에필로고 로블 2014(Epílogo Roble 2014) 라 만차(La Mancha)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메를로와 템프라니요를 블렌딩했다. CMB 실버메달을 받았다. 레드베리, 바이올렛,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체리향이 느껴지고 오크 숙성에 따른 코코넛, 바닐라, 스모키함 등이 따라온다. 탄닌과 구조감이 좋고 피니시는 길게 유지된다.

■도멘 보야르 인터내셔널(Domaine Boyar International)

1992년 설립된 도멘 보야르는 불가리아에서 고품질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한  대표 와인 생산지 트라키안 밸리(Thracian Valley)서 와인을 빚는다. 불가리아 와인을 대표하는 가장 현대적인 첨단 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다. 2003년에는 고퀄리리티의 부띠끄 와이너리로 소문난 코르테(Korten)를 인수했다.

도멘 보야르 루 로망스 2015
루 로망스 2015(Rue Romance 2015)는 마르슬랑(Marselan) 100%의 독특한 로제 와인이다. 마르슬란은 카베르네 소비농과 그르나슈(가르나차)를 교배해서 탄생한 품종이다. CMB 골드메달을 받았다.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체리와 딸기, 라즈베리, 로즈힙의  아로마가 좋다. 과일향의 피니시가 오래간다. 샐러드, 파스타, 아시아 요리, 크랩, 굴, 문어 등과 잘어울린다. 

도멘 보야르 코르텐 나투라 2014
코르텐 나투라 2014(Korten Natura 2014)는 불가리아 토착품종 마브러드(Mavrud) 68%, 루뱅(Rubin) 32%를 블렌딩한 레드와인이다. CMB 골드메달을 받았다. 블랙커런트, 체리, 플럼과 가벼운 커피, 초콜릿이 오크향과 우아하게 하모니를 이룬다. 부드러운탄닌과 산도가 밸런스를 잘이룬다. 숙성잠재력이 좋은 와인이다.

도멘 보야르 퀸텀 2015
퀸텀 2015(Quantum 2015)는 샤도네이 100% 와인이다. CMB 실버메달을 받았다. 생동감있는 매혹적인 과일향으로 시작된다. 섬세한 바닐라향과 과일향이 오래 지속된다. 베지테리안 푸드, 스파이시한 요리, 파스타, 피자, 생선·치킨 바비큐 등과 잘 어울린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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