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2시즌 4년 연속 꼴찌를 하며 바닥에서 헤매던 우리은행은 2012년 위성우(46) 감독과 전주원(45) 코치가 부임하면서 확 바뀌었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팀이 부쩍 성장했다. 올 시즌 역시 박혜진(27), 임영희(37) 등 국내 주전들의 고른 활약과 존쿠엘 존스(23) 등 외국 선수들의 조합은 필승 공식이었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일찍 우승을 거둔 데에는 식스맨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데뷔 이래 처음 전 경기를 뛴 포워드 최은실(23)은 올 시즌 우리은행 독주의 숨은 공신이다. 위 감독은 “최은실(23)과 김단비(25) 같은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최은실이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공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올 시즌 우리은행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주전 가드였던 이승아(25)가 임의탈퇴했고 센터 양지희가 초반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두 포지션이 빈 상태에서 시즌을 맞았다. 최은실은 양지희 자리에 들어가 센터 겸 파워포워드를 소화했다. 원래 포지션이 아님에도 프로에 와서 처음 자신에게 역할이 주어지자 묵묵히 해냈다. 최은실은 키 183㎝지만 67㎏의 몸무게로 상대적으로 마른 체질이다.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외국인 센터 존쿠엘 존스(23)와 함께 골밑에서 리바운드와 몸싸움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팀을 나온 최은실은 두 달여 동안 방안에서만 지냈다. 점점 폐인이 되어가자 그의 언니는 동생을 체육관으로 보냈다. 그는 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모교인 청주여고를 찾아가 후배들과 뛰었다. 프로에서 나온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여긴 옛 선생님들의 권유로 실업팀 대구시체육회에서도 잠시 활동했다. 남은 시간에는 피자집 주방 일 등을 했지만 프로 시절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최은실은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1년여 방황 끝에 그는 2015년 6월 팀에 돌아왔다. 위 감독은 한 번 나간 선수는 안 받겠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최은실의 의지가 강해 복귀를 허락했다. 최은실은 “프로 선수가 된 뒤 부모님이 주위 분들에게 자랑을 많이 했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곁에서 너무 마음 아파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 보기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온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말 연습생처럼 생활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먼저 나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팀 훈련에 임했다”고 밝혔다.
돌고 돌아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최은실은 요즘 매경기가 소중하다. 그는 “올 시즌 이렇게 많은 시간 뛸 줄 몰랐다. 걱정했는데 감독, 코치님 그리고 언니들 도움으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오랜 시간 뛸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야 한다. 기복을 줄여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라운드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한 최은실은 올 시즌 유력한 정규리그 MIP 수상 후보다 그는 “개인 상을 받기엔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팀 통합 5연패는 꼭 해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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