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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연습생처럼 맹훈련·전 경기 소화… 통합 5연패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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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30 20:02:18 수정 : 2017-01-30 2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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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WKBL 우승 숨은 공신 최은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절대 1강’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조기 우승을 이뤄냈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홈인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물리치고 25경기(24승 1패) 만에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세웠던 최소경기 우승 기록을 3경기 앞당겼다.

2008∼2012시즌 4년 연속 꼴찌를 하며 바닥에서 헤매던 우리은행은 2012년 위성우(46) 감독과 전주원(45) 코치가 부임하면서 확 바뀌었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팀이 부쩍 성장했다. 올 시즌 역시 박혜진(27), 임영희(37) 등 국내 주전들의 고른 활약과 존쿠엘 존스(23) 등 외국 선수들의 조합은 필승 공식이었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일찍 우승을 거둔 데에는 식스맨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데뷔 이래 처음 전 경기를 뛴 포워드 최은실(23)은 올 시즌 우리은행 독주의 숨은 공신이다. 위 감독은 “최은실(23)과 김단비(25) 같은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최은실이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공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최은실은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21분52초 뛰어 6.1점, 3.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그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산정한 공헌도 점수에서 팀 내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지난 시즌 8경기에 나와 코트에서 8분대를 누비던 모습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위 감독은 “은실이가 이만큼 역할을 할지 몰랐다. 은실이가 초반부터 궂은 일을 잘해줘서 팀이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주전 가드였던 이승아(25)가 임의탈퇴했고 센터 양지희가 초반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두 포지션이 빈 상태에서 시즌을 맞았다. 최은실은 양지희 자리에 들어가 센터 겸 파워포워드를 소화했다. 원래 포지션이 아님에도 프로에 와서 처음 자신에게 역할이 주어지자 묵묵히 해냈다. 최은실은 키 183㎝지만 67㎏의 몸무게로 상대적으로 마른 체질이다.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외국인 센터 존쿠엘 존스(23)와 함께 골밑에서 리바운드와 몸싸움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경력 5년차에 불과하지만 최은실의 프로인생은 파란만장하다. 그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4경기 출전 리바운드 1개, 블록슛 1개가 최은실의 데뷔 첫 시즌 기록이다.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그는 2014년 4월 말 홀연히 코트를 떠났다. 최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최은실은 “팀 운동이 너무 힘들었다”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팀까지 체육관 아니면 집을 오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운동을 그만둔 친구들이 만나면 매일 농구 얘기만 한다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나가면 뭐라도 하겠지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일단 그만뒀다”고 떠올렸다.

팀을 나온 최은실은 두 달여 동안 방안에서만 지냈다. 점점 폐인이 되어가자 그의 언니는 동생을 체육관으로 보냈다. 그는 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모교인 청주여고를 찾아가 후배들과 뛰었다. 프로에서 나온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여긴 옛 선생님들의 권유로 실업팀 대구시체육회에서도 잠시 활동했다. 남은 시간에는 피자집 주방 일 등을 했지만 프로 시절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최은실은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1년여 방황 끝에 그는 2015년 6월 팀에 돌아왔다. 위 감독은 한 번 나간 선수는 안 받겠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최은실의 의지가 강해 복귀를 허락했다. 최은실은 “프로 선수가 된 뒤 부모님이 주위 분들에게 자랑을 많이 했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곁에서 너무 마음 아파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 보기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온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말 연습생처럼 생활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먼저 나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팀 훈련에 임했다”고 밝혔다.

돌고 돌아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최은실은 요즘 매경기가 소중하다. 그는 “올 시즌 이렇게 많은 시간 뛸 줄 몰랐다. 걱정했는데 감독, 코치님 그리고 언니들 도움으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오랜 시간 뛸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야 한다. 기복을 줄여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라운드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한 최은실은 올 시즌 유력한 정규리그 MIP 수상 후보다 그는 “개인 상을 받기엔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팀 통합 5연패는 꼭 해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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