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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세림이법’과 안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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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1 00:21:09 수정 : 2017-02-01 0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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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아들에게 물었다. 인상적이었던 게 뭐냐고. 두 가지 에피소드를 들었다. 하나는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행렬이 앰뷸런스 차량을 위해 바다가 갈라지듯 길을 열어주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지하철역에서 본 모습이었다. 기관사는 역에 정차할 때마다 직접 전동차에서 내려섰다. 이어 안내방송이 나오면 승객이 모두 탔는지 확인하고서 전동차에 오르더라는 것이다. 호루라기를 두 차례 불고 탑승하는 기관사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금융기구 파견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한 경제관료 출신의 한 인사가 있다. 그는 시력이 상당히 좋지가 않다. 최근 그가 페이스북에 ‘보행자 권리를 지키는 시민의 모임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으로 글을 몇 개 올렸다. 그는 서울의 야간 도심조명이 워싱턴보다 훨씬 밝지만 보행하기에 더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인도에 볼라드 등 장애물이 널려 있고 눈이라도 오면 염화칼슘을 차도에만 뿌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보행자 안전이 뒷전이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 안전의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이사하면서 에어컨을 재설치한 뒤 해당업체로부터 전화 설문을 받았다. 조사원은 서비스 만족도와 함께 기사의 안전띠 착용 여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업체 기사는 베란다 밖으로 실외기를 설치하기에 앞서 현관 앞 계단 난간에 줄을 묶어 허리춤의 안전고리에 연결했다. 추락사를 예방하기 위해 기사들에게 의무화한 것 같았다. 해당 기사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꼭 안전띠를 맨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른바 ‘세림이법’이 이번 주부터 확대 시행됐다. 13세 미만 어린이가 탑승하는 9인승 이상 통학차량에는 운전자 외에 승·하차를 도울 별도 보호자가 의무적으로 탑승하도록 한 법이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당시 3세)양이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정을 감안해 2년간 시행이 유예됐었다.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은 비용이나 다른 편익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더 이상 세림이 같은 희생이 없기를 꿈꿔 본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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