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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바다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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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01:15:16 수정 : 2017-02-06 0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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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1976~)

그 집은 바다를 분양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 놓고
일 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꼭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들러 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받는다


현재 우리나라 모던 시 전개 양상을 살펴보면 은유의 시대에서 환유의 시대로, 환유의 시대에서 다시 환상의 시대로 치닫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일반 독자에게 은유 어법의 시도 어려운데 비전문가에게 환상의 시를 소개한다면 이를 이해한다 할 수 있을까. 이건 불가능한 일일 게다. 환상 자체가 해독이 어려운 무의식의 영역인 관계로 전문가도 그 의도만 추정할 따름이다. 하여 모던 시의 현명한 감상법은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시에 대한 동감(同感)·동상(同想)의 수용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김영남 시인
인용시는 바닷가의 횟집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환상이 아닌 이해가 가능한 환유적 어법으로 접근한다. 환유는 환경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한다. 예컨대 첫줄의 횟집 묘사 부분에선 “그 집은 땅을 분양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로 해야 정상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장소가 바닷가인 관계로 ‘땅’을 주변 소재인 ‘바다’로 살짝 바꿔 “바다를 분양받아”로 표현한다. 이후 묘사도 대부분 그런 형태다. 평범했을 내용이 갑자기 신선하고 멋진 표현으로 전달되지 않는가. 인용시를 쓴 김경주 시인은 이처럼 환유적 상상과 성찰의 시로 시단에서 주목을 받는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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